진주 귀고리 소녀 | 지붕 뚫고 하이킥, 퍼펙트 데이즈
차가운 비가 내리는 도로 위, 두 사람의 눈빛이 마주친다.
너무 아쉬워요.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어요.
마지막 장면 속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던 그 순간.
그 짧은 눈빛 속에 모든 감정이 응축됐음을 우리는 안다ㅡ지붕뚫고 하이킥은 비록, 음산 호러폭망엔딩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지만 피디의 의도가 무엇이었건 간에 나는 그 씬을 최고의 장면으로 꼽았다. 질문을 던졌기 때문이다.
진주 귀고리 소녀도 비슷한 질문을 던진다.
어떻게 순간이 영원으로 남을 수 있는가.
우리 삶의 의미는 어디에, 어떤 형태로 있는가.
《진주 귀고리 소녀》는 17세기 화가 베르메르와 하녀 소녀 그리트의 조용한 교감을 그린 작품이다.
그리트는 짧은 순간, 베르메르의 세계에 스며들고, 그녀의 모습은 '진주 귀고리 소녀'라는 그림에 영원히 남게 된다. 무한이라는 선위에 찍힌 고작 점일 뿐 인 그 찰나.
위 질문은『퍼펙트 데이즈』의 코모레비 木漏れ日와도 연결된다.
코모레비는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빛을 의미한다. 그 빛은 손에 잡히지 않고 금세 사라지지만, 그 순간의 감각은 마음속에 오랫동안 남아있다. 우리는 속절없이 당한다.
붙잡을 수 없지만, 손가락 끝에 매달린 채 너무 달아서 아프게 간지럽히는 그 감각. 그 순간은 영원히 우리의 기억 속에 남는다. 그러니까... 영원이라는 게 있다면.
진주 귀고리 소녀, 지붕 뚫고 하이킥, 퍼펙트 데이즈 모두 우리가 붙잡을 수 없는 순간들을 다루고 있다.
내면에 영원히 살아남는 감각.
덧없는 시간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그 순간들을 기억하고, 의미를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한 숙고.
"우주에는 본질적 의미가 없다.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우리는 스스로 의미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리트는 베르메르와의 짧은 교감을 통해 의미를 만들어냈고, 그 의미는 그녀의 모습이 그려진 '진주 귀고리 소녀'라는 그림 속에 영원히 남게 됐다.
그리트는 사라졌지만, 그 순간은 그림 속에서 여전히 살아있다.
Optimistic Nihilism
삶은 결국 덧없고, 모든 것은 사라지지만
우리가 서로를 감각하는 순간만은
코모레비처럼 지나간 뒤에도 영원히 남는다.
그 감각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
빛은 통과하여 그저 스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솜털에, 피부에, 뼈에, 피에, 신경에, 그 모든 것들을 감싸는 나의 눈에 남는다.
"우리는 사라지지만, 순간은 남는다."
그리고
"의미는 그렇게,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삶이 본질적으로 무의미하다고 느껴질 때, 우리는 어떤 감각을 붙잡아야 할까요
영원히 살아남는 순간들, 감각, 그리고
사랑
● 도서 : 진주귀고리 소녀
● 영상 :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지붕 뚫고 하이킥, 퍼펙트 데이즈
Cinema Reading Enjoy Artistic
Moment 크림북클럽 2025년 2월
숨이 막혔다. 마치 물속에서 숨을 멈추고 있는 것 같았다. 엄지와 검지로 부풀어 오른 내 귀를 문지르던 그가 귓불을 팽팽히 당겼다. 다른 한 손으로는 귀고리의 고리를 잡고 구멍 안으로 밀어 넣었다. 불에 덴 것 같은 아픔이 지나가고 눈에 눈물이 고였다. _하략
천천히 고저 없는 목소리의 남편이 낭독한 위 문장들은 기이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영화 속에서 이 장면은 매우 에로틱했어."
이 씬을 나의 눈과 호흡으로 다시 읽으니,
퍽 음란하다. 흐흐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