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3부작
어느 날 고양이가 있었다
부르는 이마다 다른 이름을 가졌던 고양이는 핥을때마다 모양을 바꾸었다
거두어갈 때마다 비대해졌다
까슬까슬한 갈고리 모양의 돌기는 많은 것들을 끌고 갔다
이를테면 당신이 지금 떠올리는 그 단어
미야오미야오 우는 대신 쳇바퀴 위를 굴렀다
보이면서 보이지 않는 구멍을 보여주었다
보지 못할까 봐 물어뜯어 시연했다
「 최대의 중량 - 어느 날 낮, 혹은 어느 날 밤에 악령이 너의 가장 깊은 고독 속으로 살며시 찾아들어 이렇게 말한다면 그대는 어떻게 하겠는가. "네가 지금 살고 있고, 살아왔던 이 삶을 너는 다시 한번 살아야만 하고, 또 무수히 반복해서 살아야만 할 것이다. 거기에 새로운 것이란 없으며, 모든 고통, 모든 쾌락, 모든 사상과 탄식, 네 삶에서 이루 말할 수 없이 크고 작은 모든 것들이 네게 다시 찾아올 것이다. 모든 것이 같은 차례와 순서로 ㅡ 나무들 사이의 이 거미와 달빛, 그리고 이 순간과 바로 나 자신도. 존재의 영원한 모래시계가 거듭해서 뒤집혀 세워지고 ㅡ 티끌 중의 티끌인 너도 모래시계와 더불어 그렇게 될 것이다! ㅡ 그대는 땅에 몸을 내던지며, 그렇게 말하는 악령에게 이를 갈며 저주를 퍼붓지 않겠는가? 아니면 그대는 악령에게 이렇게 대답하는 엄청난 순간을 경험한 적이 있는가? "너는 신이로다. 나는 이보다 더 신성한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노라!" 그러한 생각이 그대를 지배하게 되면, 그것은 지금의 그대를 변화시킬 것이며, 아마도 분쇄시킬 것이다. "너는 이 삶을 다시 한 번, 그리고 무수히 반복해서 다시 살기를 원하는가?" 라는 질문은 모든 경우에 최대의 중량으로 그대의 행위 위에 얹힐 것이다! 이 최종적이고 영원한 확인과 봉인 외에는 더 이상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그대 자신과 그대의 삶을 만들어나가야만 하는가?」
表意ㅡ형태소를 아는 존재였다
어느 날 고양이가 스러졌다
굳으면 그만이었다
뚜껑을 열어 몸집보다 큰 구멍 속으로 고양이를 밀어 넣었다 퍽 오랜 시간 구멍 속을 미끄러져 내려갔다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죽은 고양이가 당도한 곳엔 이슥한 밤이 계속됐다 부적절한 애도가 내려앉기 전 봉인했다 실패와 손상과 비하와 부정을 꾸역꾸역 밀어 넣으며, 중력을 느끼고 자신과 타협하며
어느 날 고양이가 없었다
다만, 구멍이 거기 있었었다
구멍 무화
니체의 즐거운 학문 341절 인용
Author’s Note
고양이는 형태를 갖지만, 이름을 가질 수 없다.
부르는 순간, 의미는 뒤틀리고 사라진다.
그래서 ‘있었다’는 말은 언제나 늦다.
나는 그 늦음의 시간 속에서 존재의 모양을 더듬는다.
표의(表意)의 세계는 이미 구멍이다.
그 안으로 언어는 미끄러지고, 고양이는 변형된다.
삶이 반복된다면, 그것은 새로운 시작이 아니라 같은 구멍으로 다시 떨어지는 일일 것이다.
그 반복의 무게가 나를 누를 때, 나는 고양이의 털처럼 흩어진다.
그리고 거기, 아무것도 없는 자리에서 언어는 또다시 태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