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바늘꽃 | 흥분
너덧 살 먹은 동생은 계단에 쭈그리고 앉아 무화씨의 옷자락을 끌어당기며 울었다. 무화씨는 불량식품 전빵에서 산 10원짜리 과자 나부랭이 10개 중 반 이상을 쥐어주고 도망치듯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쭉 짜 먹는 딸기 향 쨈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금방 오겠다는 앙큼한 무화씨의 말을 동생은 믿었으려나. 업고 갈까? 무화씨는 잠시 생각했다. 등에 업은 게 무어냐는 질문에, 빈곤과 아슬아슬한 폭력에 대해 말할 용기는 없었다. 그것의 무게. 말하자면, 동생이라는 존재는 100원보다는 가벼웠고 업기엔 무거웠다. 13반에 오후반까지 있던 과잉의 시절. 골목 육아라는 명목하에 방치된 폭력의 시절.
동생이 운다.
빨간색과 파란색 프릴이 달린 반소매 세라복을 맞춰 입고 무화씨와 동생은 계단에 쭈그려 앉았다. 뉘엿뉘엿 샛노란 계란노른자처럼 퍼지는 해를 보며 느릿느릿 길어지는 달팽이의 목 같은 그림자를 보고 있을 때 휘어진 계단 끝에서 엄마가 나타났다. 삶의 무게가 더해져 자신의 키보다 더 커진 채로. 진격할 기세로. 실로 웅장한. 바람이 불어 바스락대는 까만 봉다리 소리는 아름다웠고 비죽 나온 정체불명의 음식은 신비로웠다. 여름의 바람을 틈타 엄마의 손에선 비릿한 여름 사람들의 냄새가 피어올랐다. 무화씨는, 엉덩이 밑에 깔고 앉았던 시멘트 자국이 콕콕 박힌 백 점짜리 시험지를 들이밀며 가랑이가 찢어질세라 계단을 뛰어내렸다.
엄마가 웃는다.
이번 주는 오나.
가께.
목요일날오면고등어찌개먹으까아니면구워주까.
찌개.
철거 예정인 저 계단을 오르며 이제는 무화씨를 기다리는 엄마를 떠올린다. 그녀가 무얼 기다리는지 생각한다. 기다림의 파괴력에 대해, 소용에 대해 생각한다. 움켜쥐고 놓지 않으려는 필사적인 몸부림, 기다림의 끝에 있는 '흥분'을 생각한다.
"징그럽구나. 무언가를 기다린다는 건"
무화씨는 웃지도 울지도 못한다.
않는다.
할 수 없다.
하지 않겠다.
해선 안된다.
(도깨비바늘꽃의 꽃말은 흥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