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와 취향의 확고함

또라이 | 발광

by 무화


1학년 교양 수업으로 사진학 개론을 들었다. 중간인지 기말인지 아무튼, 무화씨가 추구하는 사진 예술에 대해 엄지 뿌리가 시퍼래지도록 옹골차게 휘갈긴 답지를 제출했다. 내심 두근두근. 자본론에 관한 수업 과제에서 '자네, 1학년 맞나? 의심스러울 정도다.' 라는 코멘트와 함께 A+를 받았기에 뻔뻔하게 기대하고 고대했다.


D


뭐 그런거지.



그림을 배우던 때, 야외 스케치를 나가 풍경을 그려야 했다. 흔한 산수화는 쏘쏘 보링, 고루했다. 숲의 정기를 받은 무화씨와 그 전의 무화씨를 반반 그린 자화상을 펜화로 그려 제출했다. 퍽 난감한 표정의 교수는 아...라는 짧은 감탄사 외엔 말을 아꼈다. 우리말의 감탄사 '아' 는 여러 의미를 내포한다.


뭐 그런거지.



위 사진을 찍던 시각은 23시50분.


무화씨의 사랑 고사리ㅡ양치식물ㅡ들이 빗물에 씻긴 마알간 자태로 조명빨을 받고 있는데 어찌 그냥 지나치겠는가. 긴머리 풀어헤친 채로 쭈그리고 앉아 한참을 관찰하고, 감탄하고, 찍고 일어서는데 '이 귀신같은 년은 이 시간에 머한다꼬 이런거를 찍노?' 정도의 눈빛을 담은 할머니는 외려 무화씨를 관찰하고 있었다. 도무지 알 수 없음을 표명하는 눈동자의 회전.


뭐 그런거지.



최근 또라이같다는 말을 연거푸 들었다. 또라이면 또라이지. 또라이같다는 뭔가. 무리는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을 따른다. 일정량 채워지지 않으면 생성하기도 한다. 살짝 돈 것 같다는 진심어린 비아냥을 들었던 바틀비도 어쩌면 생성형일지도 모른다.



무화씨는 음지에서 살아남기위한 생존형 또라이(였)다. 어둡게 예쁜 발광체가 되고 싶었다.


말하자면 자발적 생성형 발광 인간. 해파리처럼.


지루하잖아 인생.



뭐 그런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