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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린 Aug 26. 2024

매일매일 자리 쟁탈전

온기의 힘

한때 간헐적 단식을 하려고 아침을 거른 기간이 있지만 요즘 다시 과일과 커피로 아침을 먹는다(저녁을 적게 먹는 편이라 배고파서 눈 뜨는 날이 많다). 아무튼 나는 아침을 먹으며 책을 읽거나 유튜브를 보는데, 그때 순금이는 내 무릎에 올라탄다. 쓰담쓰담이나 빗질을 해 주면 순금이는 꾹꾹이, 쭙쭙이 시간을 잠시 갖는다.


그러다 내가 과일을 리필(매일은 아니다...)하러 가면, 순금이가 자리를 차지해 버린다. 처음엔 순금이에게 비켜 달라고 말해 본다. 가뭄에 콩 나듯 비켜 주는 날도 있지만 대부분은 힘을 써야 한다. 번쩍 들어 바닥에 내려 주면 순금이는 잠시 화를 낸다. 다만 1분도 안 되어 다시 내 무릎에 올라타 다시 꾹쭙이 시간을 보낸다.

자리 쟁탈전이 이 시건에만 일어나는 건 아니다. 잘 시간이 되어 침대로 가면 내 베개에 올라타 있고, 좌식 소파에 앉아 있다 잠시 화장실이라도 다녀오면 순금이 차지가 된다.


순금이가 이러는 이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곤 하는데 ‘온기’ 때문이라고 추정 중이다. 사실 지금은 여름이라서 덜한 것도 있다. 날이 추워지면 순금이는 잠도 내 다리 위에서 자곤 한다.


처음엔 익숙하지 않은 온기가 낯설던 시간도 있었다. 나는 사실 타인과 손 잡는 것조차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런 나에게 찾아온 작은 생명체가 2년 가까이 내 껌딱지로 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익숙해질 수밖에. 더워진 후, 내 무릎에서 잠들지 않는 순금이에게 서운할 만큼 말이다.


‘온기’라는 게 신기하다. 힘든 날에 위로가 되고 화나는 날에도 진정시켜 주는 효과가 있는 모양이다. 순금이와 산 후로 나는 ‘행복해 보인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행복’이란 감정은 허상인 줄 알고 살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스스로도 ‘난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며 사는 중이다.

“여기는 넘보지도 말라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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