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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푸치노 Jul 21. 2021

50대 아줌마의 인생 2막 설계

인생 2막의 세 가지 키워드 찾기

5년 정도만 다녀야지 생각하며 입사한 회사를 26년째 다니고 있다. 어떻게 그 오랜 시간을 버텨냈는지 내가 생각해도 신기하다. 가장 강력한 동기라면 아무래도 마약과도 같은 월급이었을게다. 한 번도 거른 적 없이 매달 꼬박꼬박 통장에 쌓이는 월급을 포기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리고, 항상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과 함께 고민하면서 새로운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업무가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운이 좋게도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아서 아주 큰 어려움 없이 회사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는 하나 어차피 회사를 영원히 다닐 수는 없는 일이고, 누구나 언젠가는 회사를 떠나야만 한다. 언제, 어떤 모습으로, 어떤 미래를 그리며 회사를 떠나야 할까? 퇴직 후에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7~8년 전부터 고민을 시작했던 것 같은데 아직도 진행 중이다. 퇴직 후에 또다시 회사를 다니는 일상을 보내고 싶지는 않고, 지금 회사일과 연관되지 않은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 80이 넘어서도 계속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다. 그러나, 이걸 해볼까, 저걸 해볼까 생각이 많아지기만 할 뿐 수렴되지 않았다. 고민을 거듭하던 끝에 일단 내 인생 2막을 위한 세 가지 키워드를 찾아보기로 했다.


인생 2막을 설계하는 것은 어찌 보면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게 무엇일까, 내가 잘하는 일이 무얼까, 나의 하루를 어떻게 꾸려가고 싶은가? 일단은 나를 제대로 알아야겠다는 데에 생각이 모아졌다. 아무도 시키지 않고 금전적인 보상이 없는데도 내가 자발적으로 하는 일이 무얼까? 앞으로 30년간 하면서도 지겹지 않게 할 수 있는 내게 맞는 일이 무얼까. 그러면서 나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쉬는 날 내가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무얼 할 때 행복한지, 어떤 것에 끌리는지. 그렇게 찾아낸 내 인생 2막의 세 가지 키워드는 책, 주식, 그리고 창업이다. 


어려서부터 책 읽는 걸 좋아했고, 누가 시키지 않았음에도 혼자서 일기를 썼다. 내가 글 쓰는 데 소질이 있지 않나 하는 망상을 잠시 가진 적이 있지만, 고등학교 때 친한 친구의 글을 읽고 그 망상은 쉽게 치유되었고 나는 문과 대신 이과를 선택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나는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고, 쉬는 날이면 카페에 앉아 몇 자 끄적이는 걸 좋아한다. 인생 2막에는 어떤 식이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책에 관해 사람들과 토론하는 것을 하나의 축으로 삼고 싶다. 그게 내가 가장 좋아하고 꾸준히 할 수 있는 일이겠기에 그렇다. 고등학교 때는 재능 있는 사람만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했고, 소설이나 시 같은 문학적인 글쓰기가 다인 줄 알았지만 지금은 아주 다양한 분야의 글쓰기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노력에 의해서 글쓰기 능력이 향상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또 하나 내가 찾은 키워드는 주식이다. 사실 30대 초반부터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 그러나, 주식 시장의 큰 변동성으로 인해 회사일에 집중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에 그만두었다. 그러다 3년 전부터 다시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 나이 때문인지 아니면 30대에 비해 그나마 여유로와진 경제 사정 때문인지 지금은 주식으로 인해 회사일에 집중 못할 정도는 아니다. 퇴직 후 전업 투자자로 살겠다는 것은 아니고, 취미이자 일의 중간쯤으로 죽을 때까지 할 생각이다. 여전히 주식 시장의 변동성은 두렵지만 일종의 통과의례라고 생각하고 익숙해지려고 노력 중이다. 


주식의 장점은 잘만하면 은행 예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고 큰 욕심을 부리지 않으면 나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주식의 또 하나의 장점은 노년에 시간을 보내기에 좋을듯하다. 주식 투자를 잘하기 위해서는 세상 돌아가는 일에 둔감해서는 안되기 때문에 신문을 꼼꼼하게 읽어야 한다. 그리고, 지금이 아니라 10년 20년 후에 유망한 투자처를 찾기 위해서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메타버스가 무엇인지 4차 산업 혁명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관련 회사들은 어떤 게 있는지. 국내뿐 아니라 미국, 중국 등 다른 나라 회사들까지 찾아보다 보니 공부할게 많다. 경제 관련 유튜브 방송 등을 챙겨봐야 하고, 관련된 책들도 읽어야 한다. 다행히 나는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것보다 경제 관련 방송이 더 재미있다. 그리고, 퇴직 후에는 사이버 대학에 입학해서 관련 공부를 해야겠다는 목표도 갖게 되었다. 이러다 보면 치매 예방 효과도 있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 키워드는 창업인데, 돈을 벌기 위해서 창업을 하고 싶다기보다 창업을 하기 위해 퇴직 전까지 돈을 모으고 싶다. 앞의 두 가지에 비하면 아직은 아무런 구체적인 계획이 없지만, 죽기 전에 한 번이라도 도전해보고 싶다. 오프라인 음식점이나 카페 같은 창업은 아니고, 온라인 창업을 생각하고 있다. 아직은 어렴풋할 뿐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꿈을 그려나갈 예정이다. 


자, 이제 뭘 심을지 모종은 정해진 것 같다. 잘 심고 가꾸어서 성장시킬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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