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어느 직장맘의 기록

by 카푸치노

퇴직 인사 메일을 보냈을 때, 한 여자 후배에게서 답장이 왔다. 서른 후반의 그녀는 일처리가 똑 부러지고 누구보다 유능한 후배다. 하지만 아이 둘을 키우며 직장 생활을 병행하는 일이 너무 벅차, 회사를 그만두어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그 마음이 어떤건지 너무나 잘 안다. 퇴근 후에도 끝나지 않는 하루, 늘 어딘가에 미안한 마음, 회사와 집 사이에서 끊임없이 줄다리기하는 감정들. 나는 그 마음을 충분히 공감하면서도 그녀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절대 그만두지 마.”


직장맘에게 고민이 없을 수 없다. ‘직장 일도, 가정 일도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자괴감이 가장 괴롭다. 회사에서는 다른 팀원들만큼 업무에 몰입하지 못하는 것 같아 스스로를 무능한 팀원처럼 느끼게 되고, 집에 돌아오면 밀린 업무 걱정과 아이와 충분히 함께 있어주지 못했다는 미안함이 마음을 짓누른다. 잠든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며 ‘나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사는 걸까’ 하고 울컥 눈물이 차오르는 순간, 그 감정은 직장맘이 짊어진 가장 무거운 짐처럼 느껴진다.


퇴직을 준비하며 나는 먼저 길을 건너간 사람들의 책을 찾아 읽었다. 앞서 경험한 이들의 이야기가 나의 퇴직 이후 삶을 준비하는 데 길잡이가 될 것이라 믿었고, 실제로 그랬다. 그들 또한 글을 쓰며 ‘과연 누가 이 글을 읽을까’ 하는 의심을 품었을지 모르지만, 나처럼 그 이야기를 간절히 찾아 읽는 사람도 분명히 있다.


직장맘으로 살아온 나의 시간을 써보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내 안에서도 수많은 의심과 갈등이 일었다. 이 이야기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먼저 겪은 길이 뒤따르는 이에게 작은 등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는다. 그래서 나는 쓰기로 한다.


아프리카 속담에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내 경우도 다르지 않았다. 아들 하나를 키우기 위해 시어머니의 헌신이 있었고, 입주 도우미의 손길이 있었으며, 아래층 할머니의 다정한 보살핌, 아파트 아들 엄마 친구들의 도움도 무시할 수 없다. 그 시간과 사람들, 그리고 그 안에서 흔들리며 단단해졌던 나의 이야기를 앞으로 차근차근 담아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