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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푸치노 May 01. 2022

아버지를 떠나보내며

일주일 간격으로 시아버지와 친정아버지를 떠나보내는 흔치 않은 일을 겪었다. 시아버지가 돌아가시고 8일 후에 친정아버지가 떠나셨다. 당연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시아버지를 보낼 때의 마음과 친정아버지를 보낼 때의 마음이 같지 않았다.


아버지는 작년 여름쯤 몸이 아프기 시작하셨고, 가을에 폐암 말기 진단을 받으셨지만 손 쓸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아무것도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채, 대략 8개월 동안 아버지는 그야말로 서서히 죽어가셨다. 천천히 몸의 기력이 줄어들고, 몸에 붙어 있던 모든 살들이 빠져나가고, 남아 있는 뼈들도 앙상해지고, 마지막에는 숨 쉬는 것 마저 여의치 못해 힘겹게 힘겹게 호흡을 이어가시다가 마지막 숨을 거두셨다.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고통스러운 모습이었는데, 당사자는 오죽하셨을까.


아버지는 따뜻한 봄에 떠나고 싶다시던 바람대로, 꽃피고 화창한 봄에, 춥지도 덥지도 않은 딱 적당한 날씨에 떠나셨다. 장례를 치를 자식들 불편하지 않게 하시려는 마음처럼, 장례식 내내 날씨는 너무 좋았다. 이 생애서의 마지막 절차까지도 자식들 걱정을 하셨던 아버지의 마음을 생각하니, 다시금 코끝이 시려온다.


장례식을 마치고 며칠 뒤,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기 위해 고향집을 다시 찾았다. 작은 지방 소도시는 내게 오랫동안 아버지가 계신 장소였다. 그러나, 이제 그곳에 더 이상 아버지가 계시지 않았고, 아버지가 계시지 않는 그곳은 내게 무척이나 낯설었다. 


고향집의 낡은 사진첩에서 아버지의 젊은 시절 사진들을 보았다. 직장에서 찍은 사진, 엄마와의 연애시절, 두 분의 결혼 시절 사진들이 있었다. 사진 속의 아버지는 젊었고, 당당해 보였다. 나는 그 사진들을 버리는 대신 집으로 들고 왔다. 내 기억 속의 아버지의 모습으로 저장해 두고 싶었다. 내가 마지막 보았던, 숨쉬기도 힘들어하시던 모습이 아니라, 젊고 당당한 모습으로 아버지를 기억하고 싶었다. 아버지를 생각할 때마다, 아버지의 가장 찬란했던 순간을 떠올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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