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만 '엄마'라는 이름을 내려놓고 싶다. 잠시만 뒤로 미루고 싶다. 간절히 원하는 일을 위해 과감히 사표를 던지는 직장인처럼 말이다. 그 어떤 것도 하지 않고 오로지 책만 읽고 싶다. 방 안에 책을 가득 쌓아 두고 한 권씩 빼 읽고 싶다. 다 읽은 책을 하나씩 올려 책 산을 만들고 싶다. 그리곤 노트북을 앞에 두고 하염없이 바라보고 싶다.
글을 잘 쓰고 싶어 글 쓰는 강의도 들어보고 대상 받은 작가님의 브런치 북도 읽어보았다. 어느 작가님은 브런치 북 수상을 위해 사표도 내던지고 몇 개월간 글 쓰는데 올인하셨다 한다. 순간 부러움에 멍해졌다. 나는 책을 읽고 글을 쓸 수 있는 여유가 거의 없다. 대부분의 어린 자녀를 둔 엄마들이 그럴 것이다. 무엇을 하려면 아이들이 다 자는 밤 시간을 이용해야만 한다.
상을 받은 작가님들의 작품을 보니 어떤 글을 써야 하는지 느낌으로 알 것 같았다. 글의 방향이 나인 듯 독자인 듯했다. 나의 이야기 이면서 상대를 향한 이야기 이기도 했다. 그 글들을 읽으니 지금의 내가 따라갈 수 없는 경험과 깊이를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언제쯤 저렇게 글을 쓸 수 있을까 하는 좌절감을 느꼈다. 셀 수 없는 독서량으로 승부를 걸기엔 지금의 내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다. 나의 상황으로는 오로지 글쓰기에만 집중하는 사람을 따라잡을 순 없을 것 같았다. 그들의 기가 막힌 표현력을 당장에 쓸 수도 없을 것 같다.
그냥 나는 나의 글을 쓰기로 했다. 시간이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글쓰기에 목표를 두지 않겠다는 것이다. 나의 속도에 맞춰서 책을 읽고 공부도 하고 글을 쓸 것이다. 잘 쓴 글을 흉내 낼 순 없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진솔히 나의 이야기를 기록해 나가는 것이다.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나 자신에게 채찍질을 가하기보다 꾸준히 뚜벅뚜벅 걸어가는 나 자신을 칭찬해줄 것이다.
때론 조급하고 부족한 실력에 우울할 수도 있다. 그런 내 모습을 부정하려 하지 않고 그것 마저도 내 모습임을 인정할 것이다. 언젠가 꿈에 다다랐을 때 처음의 내 모습도 미숙하고 부족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꿈을 이룬 모습만이 최고라 여기지 말고 나아가는 과정 또한 중요한 것이라 말해줄 것이다. 결국 글쓰기도 꾸준히 쌓아 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어떤 강의도 내 글을 써줄 수 없다. 오로지 내가 해야 할 일이다.
엄마는 사표를 던질 수 없다. 아이를 낳는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엄마라는 이름을 놓을 수 없다. 엄마이기에 엄마의 역할을 놓을 수 없다. 일을 해도 공부를 해도 마찬가지다. 일은 그만둘 수 있지만 엄마는 그만들 수 없다. 놓아버리는 순간 후회가 파도처럼 거세게 몰려올 것이다. 만약 엄마와 글쓰기에서 둘 중 하나를 놓아야 한다면 글쓰기를 놓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일은 없다. 엄마라는 이름이 그만큼 소중하고 중요한 의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내 눈앞에 놓인 엄마라는 의무도 사랑하고 글쓰기도 사랑할 것이다. 이 두 가지를 놓지 않고 나아가는 과정이 기록으로 남아 언젠가 독자들 앞에 내놓을 수 있기를 바란다. 꾸미지 않은 나만의 이야기를 세상 앞에 내놓을 수 있는 그날을 위해서 오늘도 나는 최선을 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