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 잘 챙겨 먹어"
오늘따라 남편의 목소리가 달콤하다. 평소 잔소리가 심한? 남편인데 어쩌다 한 번은 이렇게 다정하다.
며칠 전 남편은 흑염소 진액이 올 거라 말했다.
"너 먹으라고 시킨 거야."
"그래? 하하"
남편이 흑염소 진액을 시켰다는 말에 내 속마음은 '갑자기?'였다. 나보다 훨씬 청소나 살림을 잘하는 남편이 청소 상태에 대해 간섭을 하거나 잔소리를 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 남편이 내 몸 생각해서 건강즙을 다 주문했다니... 고마웠다. 남편은 스트레스로 가끔씩 배가 아프기도 하고 발바닥도 아프다 하는 등 여기저기 아프다 한다. 그럴때마다 남편은 병원이나 한의원을 잘 간다. 파스나 두통약 소하제 등 상비약을 잘 챙겨둘 만큼 본인의 건강을 잘 챙기는 남편인데 나를 이렇게 챙겨주니 신기하기도 하고 기분도 좋았다.
우리 부부가 결혼한 지 올해 9년 차다. 그동안 헤어질 결심도 하고, 이혼 소장도 보낼 만큼 우리 사이에 우여곡절이 많았다. 꼼꼼한 성격의 소유자인 남편과 대충대충 살림하고 청소하는 내가 만났으니 얼마나 부딪혔겠는가. 구구절절 다 읊지 않아도 많은 부부들이 공감할 것이다.
"누가 그랬는데 사람은 안 변한다고." 남편이 한 번씩 뜬금없이 내게 던지는 말이다. 남편이 잔소리를 하거나 간섭을 할 때마다 내가 남편에게 "사람은 안 변해. 쯧쯧" 하고 말했었다. 지금도 여전히 잘 맞지는 않지만 싸우지 않으려고 화가 나는 말에 크게 반응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요즘은 남편이 내가 청소하는 모습을 보면 "이 정도 청소하는 것도 많이 키운거지."하며 칭찬? 아닌 칭찬을 한다. 기분이 나쁜 듯 안 나쁜 듯한 그의 말들이 거의 매일 반복이 된다. 내가 크게 반응하지 않으면 우리의 하루는 무난히 지나간다.
그런 하루가 반복되는 일상에서 그의 챙김은 마치 단비와도 같았다. 택배가 도착해 개봉했을 때도 못 느꼈던 기분이었다. 흑염소 진액을 먹어봤냐고 힘이 나는 것 같냐고 물어본 순간 그의 다정함을 느꼈다. 이제 7개월 된 막내를 돌보며 한 번씩 아이고 힘들다 소리를 내뱉었던 것이 신경이 쓰였던 건지. 그동안 힘들었던 것들이 싹 날아가는 느낌이었다. 전화를 끊고나니 더 큰 리액션을 해줬어야 했나 하는 생각에 아쉬움이 남았다. 먹고 나서 힘이 나냐고 물어봤을 때 오빠가 사주어서 힘이 불끈불끈 난다고 말을 해줬어야 하는데 현실적인 답변을 한 것 같다.
"힘이 나는 것 같아?"라는 말이 내 귀 속을 맴돈다. 남편이 내가 힘을 내길 바랐었구나 하는 생각에 고맙고 미안했다. 육아와 살림을 나름 열심히 한다 하긴 하지만 나름 사고 싶은 것도 사고 사 먹고 싶은 것도 사 먹는다. 결코 손해보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어서 나를 생각해주고 챙겨주는 것에 대한 불만은 없었다. 오히려 가끔은 나만 잘 사고 잘 먹는 것 같아 미안했다. 그런 나를 이렇게 챙겨주다니. 선물에, 글에 대한 영감까지. 남편에게 정말 고맙다 말하고 싶다. 내 건강 챙겨주는 건 남편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새삼 남편이 고맙다. 고맙다는 말이 반복되어도 지루하지 않은 그런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