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주근깨 2-엄마는 너의 노후를 걱정해
무너지지 않는 견고한 믿음에 대하여
by 이경진 봄날의 달팽이 Apr 28. 2022
엄마가 국민연금 추가납부를 도와주셨다. 총 540만 원. 내가 65세에 탈 수 있는 돈이 60만 원 정도인데 예전에 직장 다닐 때 가입이 되었다가 직장을 그만두어 내지 못했던 기간들을 합쳐보니 60개월이 나왔다. 그 기간에 내었어야 할 금액을 추가납부하게 되면 받을 수 있는 연금이 10만 원 정도 올라 70만 원 정도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엄마는 내 노후를 걱정하고 계셨다. 70만 원 정도면 노후에 용돈 정도는 될 거라고 10만 원이 더 있고 없고 차이가 큰 거라고 무언가 해결이 됐다는 표정으로 국민연금 가상계좌로 입금해주셨다. 이 날 부모님께 드리라며 남편이 준 50만 원을 우리 집 살 때 빌려주셨던 돈에 대한 이자라며 드렸다. 비자금으로 쓰라며 안 받겠다 하셨지만 나중에 다시 준다며 받으셨다. 엄마는 기분이 좋아지셨는지 국민연금 추가납부에 대해 말씀하셨고 아빠와 나는 바로 국민연금 지사로 가 상담을 받고 일시불로 납부하게 된 것이다. 때론 엄마가 미웠고 그 해결되지 않는 감정들이 밀착된 관계로 형성되어 나의 결혼생활에도 영향을 주었다. 부모님, 특히 언니를 무척 자랑스러워하는 엄마를 미워했었다. 그럼에도 내가 남편과 싸울 때마다 내가 기대고 의지할 수 있는 곳은 부모님이었고 나를 도와주시겠다고 이혼 소송까지 하게 됐었던 것이다. 그동안은 몰랐었다. 부모님의 결단이 나의 힘든 부분을 공감해주셨던 결과였다는 것을. 부모교육코칭 전문가 수업을 통해 만난 심리적성 협회 소장님과 이야기 나누며 알게 됐었던 것이다. 아빠의 방식대로 나를 아껴 주셨다는 것을. 엄마는 아빠의 반응과 결정에 따랐을 뿐이었다. 엄마는 아직도 모든 결정을 아빠에게 맡기고 의지한다. 젊은 시절 아빠는 집이며 차며 사고팔고를 잘하셨고 지금은 엄마와 잘 상의하시지만 대부분 아빠의 일방적인 결정이었다는 걸 나는 느끼고 있었다. 엄마는 아빠의 결정에 따르셨고 부모님 사이에서는 트러블이 거의 없었다. 엄마가 아빠에게 화를 낸 적은 있지만 큰 싸움은 없었는데 엄마가 아빠를 믿고 의지 하기 때문에 큰 싸움은 없었던 것 같다. 즉흥적인 결정들에 엄마도 마음고생했을 법한데도 엄마는 그래도 아빠를 많이 의지 했고 지금도 그렇다.
나는 아빠와 같은 사람은 만나고 싶지 않았고 엄마처럼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결혼을 해보니 남편도 아빠와 닮은 점이 있었고 나는 엄마와 비슷한 문제 해결력을 갖고 있었기에 많이 힘들었다. 나 역시도 남편의 가부장적인 성향으로 많이 힘들었고 벗어나려 해 보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많이 의지하고 있는 것 같다. 이 관계 역시 내 부모님과의 밀착된 관계가 연관이 되어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나는 벗어날 길을, 내가 독립할 수 있는 길을 찾고 있었고 그런 와중에 부모교육코칭 전문가라는 민간 자격증 수업을 알게 됐고 2급에 이어 1급까지 마치게 되었다. 이 수업으로 밀착된 관계로 인해 이어졌던 마음속 짐들을 흘려보내려고 노력했다. 기대를 저버리려 해 보았지만 여전히 내 맘 속엔 칭찬받고 싶은 어린아이가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초이성형의 의사소통 방식을 사용하는 부모님이셨기에 자신의 감정이 무엇인지 조차 인지하고 살지 못하셨다. 심리검사와 그에 따른 해석에 대해 부모님과 이야기 나누면서 인정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안심했고 기대를 흘려보낼 수 있었다. 고마웠다. 엄마는 나에게 감정을 알려주시지는 못했지만 계속해서 나의 삶과 환경을 걱정하고 계셨던 것이다. 언니처럼 돈을 벌거나 또 공무원이 아니기에 노후에 생활이 될 만큼 연금을 받는 것이 어려울 테니 조금이라도 더 받을 수 있게 해주시려 했던 것이다. 결혼하고 국민연금을 가입할 수 있게 됐던 것도 엄마의 권유였고 내지 못한 기간이 있었을 때도 일시불로 내주셨었다. 추가 납부한 금액이 그때보다 훨씬 큰 금액이었기에 걱정이 됐지만 엄마는 한시름 놓았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돈을 입금하는 엄마의 표정이 참 즐거워 보였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사랑 중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고 걱정하는 것이 그 어떤 관계의 사랑보다 견고하다. 자식이 아무리 못나도 부모에게는 내 자식이고 책임져야만 하는 절대적인 의무감이 있다. 그건 배우지 않아도 내가 부모가 되면 느낄 수 있는 감정이라는 것을 내가 부모가 되니 알 수 있었다. 때로는 밉고 짜증이 나기도 하지만 그래도 아이들을 바라보는 나의 눈빛, 특히 남편이 아이들을 쳐다보는 그 눈빛에선 꿀이 뚝뚝 떨어진다. 떼를 쓰는 둘째 아이에게 화를 내고 자신의 뜻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공감받지 못한 아이는 울다 잠이 들었다. 잠이 든 아이를 보며 미안한 마음에 아이의 머리와 얼굴을 쓰다듬으며 미안하다고 속삭인다. 나는 이 글을 쓰며 다시 결심한다. 이젠 정말 내 몸이 힘들어도 아이와 신경전을 부리지 않겠다고. 아이의 마음을 알아주고 아이가 원하는 대로 해주지 못할 땐 잘 설명해주겠다고. 아이는 무조건 이해받고 사랑받고 싶기에 엄마의 힘듦을 바라보거나 이해하지 못한다. 그저 자신의 요구를 받아주지 않는 엄마가 미울 뿐이다. 아이는 엄마 바보, 엄마 미워한다. 그럼에도 내 곁을 떠나지 않고 내 옆에서 잠이 든다. 엄마가 미운데 왜 여기 있냐고 묻자 여기 있고 싶으니까, 한다. 그래도 아이는 부모를 의지하고 사랑받고 싶어 한다. 둘째 아이를 보며 내가 잘못하고 있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이렇게 아이의 감정을 쓰다듬어주지 못한 나를 반성한다. 아이에게 나는 사랑받고 있고, 부모가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믿음이 무너지지 않는 성으로 더 견고해지도록 애써야겠다. 사랑한다. 딸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