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어린이집에 가면 공부해?" 다섯 살인 셋째가 묻는다.
"응. 공부하지."
아이의 질문에, 아이가 엄마 또한 '무엇'을 하는 사람이라고 인식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공부해?"라는 말이 특별하게 다가왔다. 매일 아침 아이들을 보내고 맞이하는 혼자만의 시간에 내가 하고 있던 것이 '공부'였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그동안 혼자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관계를 잘 맺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왔었는데, 그 관계에 대한 아쉬움에서 해방시켜 준 고마운 말이기도 하다. 지금 내가 해야 하는 것이 공부라는 것을 절감했다. 마치 내 앞길을 훤히 들여다본 것 같았다.
혼자 있는 것은 좋지만 때로 대화를 나누고 싶은 욕구가 밀려왔고, 깊이 있는 대화를 원하는 나는 번번이 좌절감을 느끼곤 했다. 책에 관련된 이야기든 어떤 이야기든 대화의 물꼬를 틔우며 서로 알아갈 수 있기를 바랐지만, 혼자만의 욕심이라는 것을 얼마 지나지 않아 알게 되었다. 커피 한잔을 앞에 두고 어색함을 피하기 위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꺼내는데 자연스럽지 못한 대화가 한동안 이어지며 더 이상 대화나 관계에 희망을 갖기가 어려웠다. 편한 이웃으로 오래전부터 알았던 사이가 아닌 이상 엄마들과 친해지는 것이 어려웠다.
관계에 집중하자 글을 쓰는 시간이 줄어들었고,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는 것 같은 느낌이 맴돌았다. 그러다 멀어짐을 핑계로 나는 다시 내 자리로 돌아왔다. 여전히 관계가 못다 이룬 꿈처럼 멀게만 느껴지지만 대신 나의 내면세계에 집중하며 못다 한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고 있다. 내향형의 특징에 자기 내부에 집중하고, 글로 표현하는 것이 있는데, 자기가 갖고 있는 성향을 억지로 바꾸려고 하면 역효과가 난다는 것을 실감했다. 내 안에 응축된 에너지가 있는데 밖으로 내보내려고 하니 안 쓰던 근육을 쓰는 것처럼 어색하고 어려웠다.
내가 갖고 있는 성향이나 특징만을 고집하거나 개선의 의지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해야 할 때임을 알기에 글쓰기를 우선으로 두려는 것이다. 관계에서 충족되지 못한 욕구들을 내 안으로 돌려 나 자신과 심오한 대화를 나누며 깊이 있는 관계를 만들어 가고 있다. 대화로는 나만의 내적세계를 표현하기가 힘들지만 글쓰기로는 얼마든지 나를 원하는 방식으로 드러낼 수 있었다. 나도 모르는 새에 내향형의 장점을 살려내고 있었던 것이다.
내향형과 외향형을 단순히 혼자 있는 것을 선호하거나, 관계를 중요시하는 것으로 구분 짓는 것은, 나 자신을 설명하기에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특징을 세부적으로 나누면 나 자신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나에 대해 알면 알수록 글도 삶도 풍성해진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나 자신은 한 곳에 머물러 있는 것 같지만 나를 둘러싼 환경과 세상은 다채로웠다. 내향형은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에 내적으로 민감한 특징을 갖고 있는데, 주변을 자세히 드려다 보고 관찰하다 보면 생각보다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자녀들을 통해 또 다른 세상을 만나곤 한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행보를 보인다. 내향형인 둘째와 외향형인 첫째에게서 나의 욕구를 발견하기도 하고, 아쉬운 부분들을 보기도 한다. 내 안에 있는 것들이 투영된다. 둘째를 통해 관계의 아쉬움이 느껴지고 첫째에게서 외향적인 부분을 더 치고 나가길 원하게 된다. 각자의 특성을 노력으로 풍성하게 만들기 바라는 마음이다. 내향형인 둘째 아이의 내적인 세계가 시나 글, 그림으로 보여지고 외향형인 첫째의 활동적인 에너지는 관계나 외적인 활동들에서 드러난다. 그러나 두 아이의 성향이 다르다 해서 각자가 하나의 성향만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혼자 있는 것을 좋아했지만 사람들 앞에서 나를 드러내고자 하는 욕구가 강했다. 하나의 강점을 가지고 파고들었다면 좋았을 텐데 두 가지 성향을 모두 다 가지고 싶은 욕심에 제대로 이루었던 것이 거의 없었다. 그러다 보니 못다 이룬 꿈이 늘 내 안에 있었고, 순간순간 꿈틀거리며 나를 간지렸다. 외적인 표현이 어려웠지만 계속해서 무대에 서고 싶은 꿈이 있어 연극이나 오디션 등 여러 시도를 했었다. 제대로 이룬 것 없이 시간이 흘러 갔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게 된 지금에서야 나의 성향을 잘 살리게 된 것이다.
나만의 생각이나 감정에 깊이 파고들면서 글로 나를 표현하게 되니, 나를 드러내고자 하는 욕구들이 안에서 밖으로 뿜어져 나오게 되었고, 글쓰기로 승화되었다. 주로 작동하는 내향적 성향과 부기능으로서 발동되는 외향적인 욕구가 두 자녀를 통해 보이게 되었고, 무엇을 더 발전시키고 개선시켜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혼자 있는 시간이 외롭게 느껴질때도 있지만, 나를 계발하고 성장시키는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내적인 면을 풍성하게 가꿔서 세상에 내보였을 때, 내가 원하는 대로 깊이 있게 나를 표현하고 드러낼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겉으로 보이지 않는 것들이 때로 인간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글이 내가 되어서 관계를 확장시켜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화려한 조명 속에서 첫째 아이가 춤을 춘다. 역동적인 몸짓으로 자신을 표현해 낸다. 여섯 살 무렵 친구 따라 댄스학원에 다니게 된 것을 계기로 지금까지 춤을 추게 되었다. 학원을 그만두었을 때도 집에서 유튜브 영상을 보며 춤을 따라 추었다. 그랬던 아이가 동네에 새로 생긴 댄스학원에서 무료수업을 진행한다고 하자 그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 후로 댄스학원에 보내달라는 간절한 눈빛을 보였다. 나는 바로 등록시켜 주었고 2년째 다니고 있는 중이다.
다니면서 반이 계속 업그레이드되었고 심화반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대회를 다니며 무대경험을 쌓고 있다. 댄서라는 꿈을 꾸며 열심히 춤을 연마하고 있다. 춤으로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그런 아이를 볼 때마다 나와는 또 다른 모습이 보여 웃음이 절로 난다. 내향적인 성향이 강한 나와 남편에게서 극외향적인 아이가 나온 것이 신기해 웃음이 난다. 거실에서 음악을 틀고 누가 있던 상관없이 춤을 춘다. 쑥스러워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성격이란 것이 이렇게 타고나는가 싶다.
어른들은 춤은 취미로 하고 공부하라고 말을 하시지만 나는 그 말에 흔들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아이가 가지고 있는 성향과 재능을 계속해서 계발시켜 주고 싶다. 국영수만 잘하면 좋은 대학 갈 거라는 엄마의 말이 와닿지 않는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잘하게 되는 것만큼 큰 축복도 없다고 생각하기에, 아이를 적극 밀어주려고 한다. 부모의 지지와 응원으로 성장해 나갈 아이의 미래가 기대 된다.
둘째 아이는 남편과 나의 내향적인 성향을 타고났다. 남편은 혼자 기계 고치는 것을 좋아하고 나는 혼자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둘째는 가위나 풀 테이프 등을 이용해 하나의 작품을 만들거나 그림을 그리고 시를 쓰는 것을 좋아한다. 흰 바탕에 시를 쓰고 주제에 맞게 그림을 그린다. 다양하게 표현해 낼 때 아이에게 이런 면이 있나 싶어 감탄하게 된다. 남편과 나는 아이의 작품을 함부로 평가하지 않는다. 우리의 한마디로 아이의 창의성이 사그라들 것 같기 때문이다. 그 덕분인지 아이는 자신의 생각을 글과 그림으로 자유롭게 표현해 낸다.
나는 자녀들에게서 각각의 성향과 재능을 살피었다. 어느 순간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것을 잘 살려내어 각자의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 나가길 바라는 마음이 생겼다. 이 모든 것은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보게 되었다. 내가 갖고 있는 특징과 장점, 강점을 스스로 발견하게 되면서부터였다. 관계에 취약한 면이 있지만 그것 또한 이유가 분명히 있었고 그것을 단점으로 보기엔 나 자신이 아까웠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 또한 나를 위한 것을 넘어 상대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처음 글을 썼을 때에는 오로지 나에게 집중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읽고 공감할 수 없었다. 그런데 독자들을 위해서는 시선을 달리해야 한다는 말을 듣게 되면서 글쓰기의 방향이 달라졌다. 독자들에게 필요한 글이 되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글을 쓰게 되었다. 그 자체가 사람을 사랑하고, 상대를 위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 마음이 있기에 지금껏 글을 쓸 수 있었던 것이다. 외향적이든 내향적이든 사람을 사랑하고 싶은 마음은 동일하다. 표현하는 방법이 다를 뿐이다.
작가님들께 ⸜❤︎⸝
오늘 날씨는 어떤 가요?
작가님들의 마음은 어떤가요?
저는 오늘 저의 마음을 가만가만 들여다보았습니다.
고민거리가 글의 주제가 되어 풀어나갔습니다.
글은 치유의 힘을 넘어 나 자신을 성장하게 합니다.
나를 드려다 보는 것은 그 어떤 것보다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상대를 사랑하기 이전에 자신을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 와닿습니다.
저는 가끔 글을 쓰다 눈물을 흘리곤 합니다.
신나는 무대를 보면서도 눈물이 날 때가 있습니다.
무대 뒤에 있는 그 사람의 삶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이 들였을 노력과 애씀이 느껴져 뭉클했습니다.
우리 모두는 자신의 삶이라는 무대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저는 작가님들의 삶에 아낌없는 박수와 응원을 보냅니다.
서로 오가는 말속에서 부정적인 것들이 넘쳐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작가님들의 고유한 마음은 헤쳐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오늘도 수고하고 계실 작가님들을 응원합니다.
오늘 하루 자신을 토닥이며 사랑을 키워가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가족 안에서 흔들릴 때
그런 나를 감싸 안으며
나 자신을 토닥였습니다.
마음이 단단한 사람으로 성숙해 가는데 이 책이 도움이 됩니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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