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뒤에서 나를 지켜준 엄마

고맙고 감사합니다❤︎

내가 엄마에게 해줄 수 있는 건 도움이 필요할 때 옆에 있어주는 것이다. 용종을 떼어 조직검사를 해야 한다는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을 엄마에게 위로가 되고 싶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에서야 엄마의 요청에 바로 달려가게 된 이유임을 알게 되었다. 보험금 청구를 위해 그 방법을 물으려 전화하셨던 엄마는 일주일이 지나서야 내게 용종을 떼어냈던 일을 말씀하셨다. 위와 장에서 용종을 떼어냈다고.


건강검진을 받는 중 내시경을 하다 발견된 용종 6개. 위에 두 개 장에 네 개. 평소 육류보다 채소를 더 많이 드시고 꾸준히 운동을 해오셨는데도 불구하고 생각지도 못한 용종을 발견하게 되어 허무했을 엄마의 마음이 느껴졌다. 대장암과 췌장암으로 돌아가신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가 떠올라 하지 않아도 될 걱정을 하셨을 것 같았다. 열심히 관리한 결과가 갑상선 혹과 위와 장의 용종으로 나타난 것에 어찌 아무렇지도 않았겠는가. 그 마음을 알아줄 자 누구 일까.


언니는 멀리 지방에 살고 있고 아빠는 일을 하시니 엄마를 바로 옆에서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였다. 엄마 집에서 지하철로 빠르면 20분이 걸리는 곳에 살고 있는 내가 엄마를 도와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거기다 직장을 다니지 않으니 엄마 혼자 있는 시간에 엄마가 필요할 때 움직일 수 있었다. 그 사실이 엄마에게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다. 돈도 성공도 사랑 앞에서는 아무 소용없어지는 순간이었다. 카페에서 차 한잔이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얼굴을 마주 보며 미소 지을 수 있었다.


전화통화로는 알지 못했던 엄마의 외롭고 두려웠던 마음이 느껴졌다. 신중하게 핸드폰 화면을 터치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며 답답함을 느끼다가도 엄마의 진짜 마음이 들려와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엄마의 마음을 이제야 알았다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간단하게만 느껴졌던 보험청구 과정이 이리도 복잡하고 길었던가. 스스로 해보겠다며 반복하고 또 반복했다. 해내고야 말겠다는 엄마의 굳은 의지를 보았다. 그 열정으로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만 같다.


스마트 폰으로 쉽게 처리할 수 있는 일이 엄마 앞에서는 길고 긴 여정이었다. 마치고 나자 엄마의 환한 웃음을 보고 안심이 되었다. 참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가까운 곳에 살고 있음이 감사하게 느껴졌다. 카페에서 나와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탈 때까지 뒤돌아서 몇 번이고 손을 흔들어 주던 엄마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지 않고 살아가는 엄마가 이해되지 않기도 했지만, 엄마 마음속에 있는 어떤 두려움이 앞을 막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그런 사건들이 엄마에게 자주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어 알 수 없는 착잡함이 밀려왔다.


말하지 않고 참고 견디어 왔을 젊은 시절의 엄마모습이 그려졌다. 더 이상 엄마의 마음을 외면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까지 누르며 살아왔을 엄마의 마음이 어느 정도로 고통스러웠을지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다. 그 사건들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다 알지는 못한다. 엄마 마음을 닫게 할 정도로 심각한 일들이 있었을 거라고 추측할 뿐이다. 그 마음을 제때에 해결하지 못해 쌓아두기만 했으니 오롯이 몸의 고통으로 연결될 수밖에.


엄마에게 일일이 다 물을 수는 없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건 엄마 곁에 있어주는 것, 그것뿐이다.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딸로서의 본분이라는 마음의 소리가 들려왔다. 그 어떤 성공도 엄마를 위한 것이 아님을 이제는 안다. 내가 누굴 위해서 글을 쓰고 잘되려고 하는 것이 아님을. 그저 글을 쓰며 내 마음을 정리해 내고 성숙해지기를 바랄 뿐이다. 온전해지는 방법이자 길이라는 마음속 울림을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바란다. 엄마의 마음이 온전해지기를. 그 길을 내가 함께 찾아갈 수 있기를.




마음을 말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더 반갑고 환영하게 된다. 나는 엄마의 마음을 들을 준비가 되어있다. '나 사실은 그때 무서웠어, 의지할 데가 없어서 괴로웠어.' 엄마의 마음이 들려오는 듯하다. 내가 어릴 적, 엄마는 등을 돌리고 울곤 하셨다. 학교에서 돌아와 마주한 엄마의 외로운 등을 위로하고 감싸 안아주며 괜찮다고 말해주었다면 어땠을까. 그 마음을 아빠도 언니도 알아줄 수 없었다.


아픈 할머니를 병원에 모시고 할아버지 점심을 챙기며 마음 고생했을 엄마가 떠올랐다. 그때의 나와 언니는 각자만의 마음 안에서 머물며 견디고 있었다. 친자식인 고모들은 자신의 부모를 나 몰라라 하며 모든 걸 엄마에게 떠넘기고 알 수 없는 말들을 수군거렸다. 엄마의 고생을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다. 그 누구도 엄마의 마음을 알지 못했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너희들은 뭐 하고 있냐고 왜 나만 이렇게 고생해야 하냐고 따져 물었을까? 어른들이 하는 말들에 고개 숙이며 모른 척해야 하는 나의 마음도 편치 않았다.


엄마는 간병인도 없이 오로지 엄마 힘으로 할머니를 돌보고 할아버지의 점심을 챙겼다. 한 손으로는 할아버지가 드실 음식이 담긴 바구니를 들고 또 한 손으로 마음을 다잡으며 애써 괜찮다고 속으로 눈물을 삼켰을 엄마가 떠올랐다. 그때로 돌아간다면 그 짐을 나눠지고만 싶다. 왜 이제야 엄마의 마음을 알았을까. 그땐 나도 너무 어려 알지 못했다. 엄마가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새장가를 든 할아버지가 미울 뿐이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냐고 따져 묻고 싶지만 이제는 그럴 수가 없다.


나는 그때의 엄마가 되어, 지금의 나라면 어땠을까 상상해 본다. 그 마음을 토닥이고만 싶다. 힘든 마음을 말해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았을 텐데. 그래서 엄마는 내게 모든 걸 다 해결해 줄 것처럼 어리고 철없던 나를 감싸주고자 그렇게 달려왔을까. 남편과 나 사이에 갈등이 일어날 때마다 외면하지 못하고 대신 따져주던 엄마가 새삼 고맙고 미안하다. 엄마에게는 그런 사람이 없었기에 나를 감싸주고 싶었던 걸까. 엄마는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아서 내 딸에게만큼은 그런 대접받지 않게 하고 싶어서 나 대신 부당하다고 말하고 싶었을까?


엄마가 할머니의 대소변을 치울때 조차도 할아버지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바라만 보았다. 나는 그런 할아버지가 밉고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픈 할머니를 돌보는 것은 오로지 엄마 몫이었다. 무관심한 듯 보이는 할아버지와 묵묵히 지저분한 것을 닦고 치우는 엄마는 벽이 가려져 있는 것처럼 각자 할 일만 하고 있었다. 그 장면이 어슴푸레 떠올랐고 시간이 지날수록 확실하게 다가와 엄마가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을지 말하지 않아도 다 알 것만 같다.


엄마는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 순간을 버텨왔을지도 모른다. 아빠를 사랑하기 때문에 참고 또 참았을 것이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엄마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투병 중인 할머니를 끝까지 보살피고 모시는 것이었다. 우리 가족은 각자만의 공간에서 숨죽이며 이를 지켜보았다. 어린 나였지만 다 알고 있었다. 지금까지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다. 이제라도 엄마의 마음을 알게 된 내가 엄마를 위로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이제는 그 짐 내려놓고 편안해지시기를.



작가님들께 ⸜❤︎⸝‍


엄마의 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마음속 여행을 떠나 엄마의 마음을 찾고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가지고 온 엄마의 마음을 소중히 담아 한쪽에 고이 두었습니다. 그 마음을 애도하고 위로하며 보내줄 것입니다. 엄마 대신에 돌아가신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에게 엄마의 마음을 전해주고 싶습니다.


엄마가 힘들었을 때 그 마음을 친정엄마 조차도 알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에 화가났습니다. '할머니 딸, 막내딸 엄청 힘들었었어. 알고 있었어?'라고 따져 묻고만 싶었습니다.


'엄마는 내가 힘들 때 언제든 달려와주었는데 할머니는 그동안 뭐 했어? 엄마에게 제대로 사랑 안 주고 밥도 안 챙겨주고 엄마 아프게만 했잖아. 나는 알고 있었어. 할머니가 엄마에게 냉소적이었다는 거. 어렸지만 다 알고 있었어. 왜 그랬어? 엄마가 마음에 들지 않았어? 왜 그래야만 했어? 먹고살기 힘들어서?


언니들은 자기들 먹을 거만 챙기고 동생에게는 하나도 주지 않았어. 엄마가 얼마나 외로웠을지 짐작이나 했을까? 엄마 엄청 외로웠다고. 할머니가 바쁘다고 제대로 봐주지 않은거 말하지 않아도 다 알아. 이제는 하늘에서 엄마 많이 사랑해 줘. 부탁이야. 나도 엄마 많이 사랑해 줄게. 이젠 제발 엄마 아프게 하지 말아 줘. 부탁해. 사랑만 해줘. 그것뿐이야.'


마음속으로 엄마의 마음을 애도하며 할머니 할아버지께 내 마음을 전했습니다. 엄마의 마음을 대신하여 날려 보냈습니다.


작가님들에게도 애도가 필요한 순간이 있으신가요?


2025년의 마지막 날, 작가님들 마음속에 힘들었던 날들이 있었다면, 오늘을 계기로 자신을 토닥이고 감싸 안아주시길 바랍니다. 새로운 마음으로 2026년을 맞이하시기를, 희망찬 내일이 되기를 응원합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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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안에서 흔들릴 때

그런 나를 감싸 안으며

나 자신을 토닥였습니다.


마음이 단단한 사람으로 성숙해 가는데 이 책이 도움이 됩니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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