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다. 그대에게도 나에게도. 제목 그대로 그냥 그대로 있어주어서. 무언가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어떤 것을 해내고 못해내고를 떠나서 그 자리 그대로 있어주어서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다. 사람은 원래 연약한 존재이고 완벽하지 않는 존재라 서로의 위치나 우열을 가리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그러니 네가 어떤 존재인지 의심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나에게도 너에게도.
세상엔 별별일이 다 있다. 언제 어떻게 세상을 떠나갈지 나도 그대도 모두가 모른다.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생기기도 한다. 어떤 이들은 사람이 마음만 먹으면 다 해낼 수 있고 운명도 개척할 수 있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내가 경험한 사람으로서의 나와 이 세상은 결코 녹록지 않음을 느낀다. 인간은 자신의 감정을 조절시키는 것조차 어려울 때가 있고 늘 흔들리고 고민하며 살기에 그런 사람들이 모여 사는 이 지구라는 동네는 그저 아름답지만은 않다.
세상을 모험하고 혁명하며 살았던 위인들도 있지만 모두 신화와 같은 이야기 기이고 역사 속 영웅의 이야기 같은 현실적이지 않은 느낌이다. 자신의 마음조차 가다듬기 어려워 현실에서 겪어낼 의지가 없어 스스로의 삶을 포기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위인이나 영웅의 이야기는 어쩐지 갭이 많다. 자본주의 시대에선 자신의 능력대로 돈을 벌면서 마음껏 누리면서 사는 것이 당연한데 굶어 죽어가는 나라의 사람들이 있는 걸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가끔 방송에서 떠드는 연예인들의 가십거리를 보곤 한다. 그들이 무얼 먹고 무엇을 샀는지 어떤 집에서 사는지 얼마나 돈이 많은지 자랑하듯 내세우는 걸 보면서 어렵게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떠올린다. 길에서 마주치는 폐지 줍는 노인들을 보며 이 세상은 도대체 어떤 곳인지, 진정으로 사랑을, 평화를 논하는 세상인지 의심스럽다.
그럼에도 모두가 사람이다. 얼마나 많이 가졌나 내세워도 결국엔 사람이다. 모두가 죽음이라는 결론을 끌어안고 사는 사람들이다. 언젠가 이 세상을 스쳐간다.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누구에게나 있다. 그러니 이 짧은 생애를 무작정 포기하기엔 너무나 아깝다. 비록 각자만의 고통이 있을지라도 그걸 풀어나갈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조금만이라도 마음의 문을 열 수 있다면 그 어떤 기회도 맞이할 수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대면할 수 없는 일들이 많았지만, 온라인이라는 매개체로 사람들을 만났고 직접 강의를 들었다. 현장 강의 보다도 더 끈끈함을 느꼈다. 더 깊이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용기를 얻었다.
온라인으로 만났던 분들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면 또 어떤 느낌일지 모르겠다. 온라인으로 만나 여러 차례 이야기를 나누면서 워밍업이 되어 직접 만난다면 더 친근한 느낌이 들지 않을까. 같은 욕구와 희망을 가진 사람들임을 알기에 직접 만난 다면 또 어떤 시너지를 발산해 낼지 궁금하다.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감동의 순간이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때론 자신의 어떤 결과물을 내기 위해서 자신만의 에너지로 스스로를 다독여야 하는 외로운 순간들도 있다. 하지만 같은 꿈을 바라보며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사람들이 함께 한다면 자신만의 시간도 결코 외롭지만은 않을 것이다. 오늘도 나는 외롭지 않다. 그대가 있어서. 그대로 있어주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