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날의 달팽이 Sep 27. 2022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

제대로 손에 잡히는 건 없고 마음이 심란하기만 하다. 삼십 대 중반이 된 나에게 중요한 기점이 될 사명과 비전을 세우는 데 온 신경이 쏠린다. 반복되는 일상으로 지쳐가는 내게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헷갈리기만 한다. 가치 목록에서 가치를 고르면서 자꾸만 경제적 안정과 편안함 만이 보인다. 인류애적인 사랑에 초점을 두어야만 할 것 같은데 지금의 상황이 나를 혼란스럽게 한다. 사명과 비전을 정하는 것이 수업 과제로서만이 아닌 실제 삶과의 연결을 기대하다 보니 사명을 정하는 것에 책임감마저 들어 비장해진다. 


점점 더 공부에 대한 욕심이 커지고 있다. 강연을 하고 책을 쓰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야 할 것 같다. 학위가 있으면 자신감이 올라갈 것 같다. 대학원 과정을 알아보며 교과과정 안내에 대한 글을 읽는데, 교과목 리스트를 보는 것만으로도 설렌다. 대학생 시절 교재들을 읽으며 설렜던 기분이 떠올랐다. 중고등학생 때 공부를 그리 좋아하는 편도 아니었는데 대학교재 속 글들은 어쩐지 나를 기쁘게 했고 배우는 즐거움을 알게 해 주었다. 시험기간에 학교 안 독서실에서 공부했던 그때가 행복했던 시절이었다는 걸 깨닫는다. 대학원에서 어떤 전공을 택할지 모르지만 사명과 연결하여 신중하게 잘 선택해야겠다. 


퍼즐 조각을 하나하나 맞춰 나가는 기분이다. 사람마다 무언가를 해내는 때가 다 다르다 하듯이 나에게도 이제 그때가 오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직 어린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로서 어딘가에 간다는 것이 부담이기도 하고 때론 도움이 필요하기에 혼자만의 결정으로 진행할 수는 없다. 공부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기에 남편과의 상의와 협조가 절실하다. 그동안 열심히 모아둔 적금으로 공부를 할 생각을 하니 보람도 느껴지지만 한편으론 남편이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이 된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 무책임하다 이야기하면 어쩌나... 미리 겁을 먹고 싶지 않기에 구체적으로 계획하여 남편에게 제안을 해봐야겠다. 나 스스로 당당해질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라 믿는다. 


이번 기회를 통해 부부 사이를 재정립할 수 있지 않을까. 부부는 애정을 넘어서 함께 성장해 나가야 한다는 것을 남편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끊임없는 인정에 대학 확인은 서로를 지치게 한다. 각자의 영역에서 스스로 자아존중감을 키워야 한다. 배우자에게 받는 인정 또한 매우 중요하지만 계속된 기대는 실망만을 안겨줄 뿐이다. 따로 또 같이라는 말처럼 각자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함께 나누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부부의 모습이라 생각된다. 내 생각대로 라면 그리 어렵지 않은 모습인데 남편을 생각하니 어려운 과제를 떠맡은 느낌이다. 각자가 생각하는 가치관이나 삶의 태도가 다르니 무조건 이해와 공감을 바랄 수는 없는 일이다. 이 또한 나의 인생의 과제이고 해냈을 땐 또 하나의 성공사례로 남아질 테니, 머리 싸매고 고민하고 싶지 않다. 나의 경험이 분명 누군가에겐 희망이 될 수 있을 거라 믿고, 조금 더 내 의지를 불태워야겠다. 


하루 종일 아이들과 살림과 씨름하다 보면 계획했던 것들도 하지 못할 때도 많이 있다. 몸은 무겁고 졸음은 몰려오니 자고 일어나 새벽에 할까, 아님 하다 잘까 고민을 하게 된다. 졸리고 피곤하면 아무리 책상 앞에 앉아 있어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고 생각도 떠오르지 않는다. 그럴 땐 과감히 자고 일어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아이들 등원시키고 막내가 낮잠을 잘 때 이렇게 또 키보드를 두드리게 되니 말이다. 아이들은 안 자고 몸은 피곤하고 머릿속엔 과제에 대한 생각이 가득하니 마음은 조급해지고 스트레스가 쌓여 아이들에게도 좋은 엄마의 모습을 보여줄 수가 없다. 평소에 도와주었던 것도 너 스스로 해보라 하며 채근하게 된다. 누굴 위해서 그렇게 하는 건지. 조급한 마음은 오히려 나를 힘들게 한다.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 되어 버린다. 마음마저 지쳐버려 이상적으로 그려오던 모습들이 와르르 무너져 버린다. 사회에 도움이 되고자 했던 욕구는 어느새 사라지고 심신이 편안해지고자 하는 욕구만이 남는다.  


비록 혼란스러운 상황에 끊임없이 이어지는 생각들로 괴로울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다시 아침이 오고 나만의 시간이 찾아온다. 이럴 때 글을 쓰며 내 생각을 정리해 나간다. 그럼 다시 하얀 도화지와 마주하게 된다. 도화지 안에 정리된 생각들을 구체적인 내용으로 적어 내려간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는,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마지막 명대사처럼 나는 내일도 그다음 날도 새로운 태양을 맞이할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냥 그대로 있어주어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