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날의 달팽이 Sep 29. 2022

올해 남은 3개월, 나는 지금.  

뭐라도 해야만 할 것 같은 새벽이다. 밤 10시가 조금 넘어 잠들어 2시 30분쯤 일어났다. 아이의 울음소리에 깨어 화장실에 다녀온 후 다시 잠에 들지 않고 뭐라도 해볼까 하고 책상 앞에 앉았다. 평소 새벽에 잘 일어나지지도 않았는데 어제부터 새벽에 깨기 시작했다. 내게 어떤 설렘이 있길래 몸이 자동적으로 일어나지는 걸까. 나의 비전에 몸이 반응하는 걸까. 비전에 반응한다는 말이 추상적으로 들리기도 하지만 새벽에 일어나 글을 쓰니 나도 모르게 떠오른 문장이었다. 요즘 자격증 수업 에서 사명과 비전을 세우는 과제를 내 주어서 내 비전이 무얼까 계속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중이었다. 공부는 하고 싶은데 사명과 공부를 어떻게 연결시켜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결국 나의 사명이 무엇인지 깨달아야 하는 건데 막상 써보려니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내게 떠오르는 건 '엄마' 그리고 '글쓰기'였다. 이 두가지를 합하면 어떨까. '엄마의 글쓰기 클래스'. 계속 글을 써나가면서 느꼈던 생각과 감정들에 심리학을 입혀 강의를 하는 비전을 가져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나는 '엄마'이고 '글쓰기'를 좋아하니까 이 두 가지를 브랜딩 하면 좋겠다. 내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들고,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은 평가를 받거나 어떤 결과가 있는건 아니지만 글쓰기는 쓰면 쓸수록 양이 늘고 생각이 깊어지게 한다. 이 비전을 위해 꾸준히 글을 써 책을 출간하는 것과 심리학 박사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으려 한다. 심리학 박사가 되려면 공부도 많이 해야 하고 연구도 많이 해야 하는데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지만 가능성에 대한 여부로 나를 판단 하고 싶지 않다. 지금 현실에서 내가 어느 대학원에 어떤 전공을 택해 진학을 할지가 중요한 사항인 것 같다. 현재로선 모교를 택할 것 같다. 위치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잘 맞을것 같다. 장학금 혜택이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현실적으로 말이다.


대학원 입학시기를 생각해보니 아이의 상황을 고려해야만 했다. 마음으론 내년 3월에 입학하고 싶지만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야 하기에 조급하게 결정할 순 없었다. 대학원 입학 전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적응기간도 있어야 하니 아이를 여유 있게 적응시키려면 내년 후기로 지원해야 할 것 같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와 충분히 교감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기에 급하게 결정하고 서두르지 않으려 한다. 따뜻한 봄날 아이와 공원에서 같이 걸으며 꽃도 구경하고 향기도 맡으면서 한 해를 시작하고 싶다. 수업과 과제를 생각하면 아이를 볼 때 괜히 마음이 급해질 것 같다. 아이도 점점 자신의 생각이 강해져 떼도 쓰고 할테니 그걸 받아주려면 내 마음도 여유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짧디 짧은 어린 시절, 커서 기억은 못할 수도 있지만 엄마와 함께했던 시간들을 어렴풋이나마 기억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조금 더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 이 모든 순간이 지나갈거라 생각하니 아쉽다. 아이와의 행복한 순간을 오래 붙잡아 두고 싶다.


올해도 벌써 세 달 밖에 남지 않았다. 한 해의 마무리를 지어가는 이때에 앞으로의 발전과 성장을 위한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에너지를 만들어야겠다. 더 이상 나에게서 물러서지도 겁내지도 않을 것이다. 생이 한 번이라 생각하니 겁을 먹을 수도 먹어서도 안될 것 같다. 지금의 상황만을 생각해 불가능하다 여기면 앞으로도 아무것도 제대로 시작하고 해낼 수 없을 것 같다.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귀하게 보내고 싶다. 우리가 원치 않아도 시간은 흐르고 점점 소멸되어 갈 텐데 망설이고 주저할 필요가 없다. 이젠 내 인생에서 계획한 바 대로 잘 시작하고 마무리 지을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성과를 낼 시기라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부모교육과 MBTI, 칼융의 심리학 공부를 시작으로 심리학 공부가 더 깊어지길 바란다. 


이렇게 하면 올 한 해 잘 살아냈다 하는 무언가가 있는가? 나에겐 딱 하나가 있다.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에 가서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것이다. 12월 31일 6시 올림픽공원 SK올림픽 핸드볼 결기장. 팬클럽 선예매로 꼭 좋은 자리를 선점할 것이다. 콘서트 홀에서 웅장하게 울려오는 라이브 연주와 가수의 목소리를 들으며 2022년을 마무리 짓는다면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없을 것 같다. 한 해 동안 묻어둔 마음속 응어리들을 음악을 들으며 다 풀어내고 싶다. 좋은 일 안 좋은 일 모두 흘려보내고, 나 자신에게도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 올 한 해도 잘 살아냈으니 수고했다고, 내년도 잘 부탁한다고 내 마음에게 말할 것이다. 더 이상 주저하지도 말고 슬퍼하지도 말자고 말이다. 문득 찾아오는 알 수 없는 슬픔이, 우울한 감정이 나를 휩싸여 오더라도 굴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자고. 긍정적이고 건강한 자아를 가진 진짜 나를 찾아 나갈 것이다. 순간순간 떠오르는 감정들을 흘려보내지 말고 기록하여 내 자산이 되도록 노력하고 애쓸 것이다. 한 해를 마무리해나가는 단계에 접어든 시점에, 지금 하고 있는 자격증 공부도 잘 해내 잘 마무리했으면 한다. 배운 지식들을 내 안에 고이 저장해 성장의 발판으로 삼고 싶다. 지식과 공부를 통해 얻은 자기인식의 경험이 잊혀지지 않도록 꾸준히 책을 읽고 공부하고 글을 쓸 것이다.   


비전이 점점 명확해져 가고 있다. 내가 앞으로 무얼 해야 하는지 그림으로 그려 나가고 있다. 일주일간의 고민이 이 새벽, 하나의 그림과 하나의 문장으로 완성되어 가고 있다. 나의 비전은 내가 살아온 삶과 전혀 다른 뜬구름 잡는 무엇이 아니다. 여자로서 엄마로서 살아온 삶의 이야기와 엄마로서의 꿈과 바람들이 들어가 있다. 일상이 너무 단조롭고 평범해 불만이었던 때가 있었다. 글도 잘 써지지 않았고 글의 주제도 잡히지 않아 매일 추상적인 글만 썼다. 그래도 글을 계속 써나갔다. 엄마라서 글을 계속 썼다. '나'는 '엄마'이고, 그건 나의 페르소나 중 하나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었기에, 엄마의 이야기인 나의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 구독자 수가 늘지 않아도, 좋아요 수가 많지 않아도 계속 글을 써 내려갔다. 어쩌면 적나라하다 할 정도로 열어놓았고 내려놓았다. 부끄러운 감정은 최대한 배제하고 써 내려갔다. 적어도 이곳에선 그래도 될 것 같았다.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가 창의적인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어느 작가님의 글을 보고 용기를 얻었다. 내가 갖게 된 용기와 꾸준함을 누군가에게 전달하고 싶다. 사람에게는 인정 욕구뿐만 아니라 누군가를 돕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는데, 나도 그렇다. 내 삶이 조금은 더 의미가 있었으면 좋겠고 무언가를 성취해 나가는 삶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글을 쓰는 것이고 공부를 하는 것이다.


늘 자신감이 없고 부족해 보였던 내가 이젠 좀 더 당당해질 것이다. 나는 충분히 가치 있는 사람이고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나 스스로를 인정해 줄 것이다. 부끄러웠던 나의 모습도 충분히 공감하고 인정하면서 그것도 나였다고 말이다. 날은 점점 쌀쌀해지고 찬기운이 가득한 아침을 맞이하게 되는 계절이 오고 있다. 겨울이 오면 올 한 해도 마무리가 된다.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기까지 남은 이 삼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나는 무엇을 바라고 이루어 나갈지 고민하고 또 고민할 것이다. 열심히 글을 쓰고 책을 읽고 공부할 것이다. 아이들에게도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엄마로서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한 해를 마무리할 때 잘 못했던 일을 떠올리며 후회의 감정을 쏟아내기보다는, 잘 살아냈다는 격려를 해줄 것이다. 앞으로도 그렇게 하면 된다고 용기를 나 자신에게 심어줄 것이다.


'그래, 너 잘하고 있어. 지금처럼만 해 나가면 돼. 그럼 무엇이든 해낼 수 있어! 사랑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