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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의 달팽이 Oct 07. 2022

뜻밖의 인사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아파트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경비아저씨가 계단에서 내려오시면서 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세요." 마스크를 벗고 커피를 마시고 있던 나는 마스크를 쓰라고 눈치를 주시는 줄 알고 손목에 걸어놓았던 마스크를 만지작 거리며 인사를 했다. "아, 안녕하세요." 그러곤 얼른 마스크를 썼다. 사실 경비 아저씨는 마스크를 벗은 나를 보고 마스크 쓰라며 눈치를 준 것이 아니라 그저 아파트 주민인 내게 인사를 건넨 것일 거다. 평소에는 아파트에서 마주치는 아이 학교 엄마들 외엔 인사를 건네거나 인사를 걸어오는 사람이 드물다. 그런데 오늘따라 경비 아저씨의 인사는 어쩐지 반갑다.


최근에 MBN의 미스터리 듀엣이라는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좋아하는 가수가 나온다 해서 처음으로 보게 되었다. 두 명의 가수가 함께 노래를 부르는 프로그램이었다. 처음 무대를 여는 사람은 오픈 싱어라 하는데 한 명의 가수 혹은 연기자가 나와서 앞 소절을 부른다. 그러다 함께 듀엣 무대를 펼칠 가수가 문이 열리며 등장한다. 이 프로그램의 묘미는 여기서 나온다. 서로가 누구인지 알지 못한 채 섭외되어 같은 곡을 연습한다. 각자의 부분을 연습하고 듀엣 상대와는 연습이나 리허설도 해보지 못한 채 만나게 된다. 노래를 부르는 중간에 두 가수 사이에 있던 문이 열리고 서로를 확인한다. 문이 위로 올라가고 서로 알 수 없는 반가움을 표하며 서로만 아는 미소를 짓는다. 이들은 반갑게 인사를 나누곤 바로 화음을 맞추며 노래를 부른다. 즉흥으로 무대에서 처음 노래를 부르는 것임에도 서로 만나 연습한 것처럼 멋진 노래를 들려준다. 이들의 노래도 훌륭하고 멋지지만 이 프로그램의 묘미인 '서로만 아는 반가움'에 눈길이 갔다. 이들이 보여준 '서로를 향한 인사는' 꽤 인상 깊었고 신선했다. 나도 언제 저런 인사를 나누어 보았을지, 가물가물한 기억을 떠올려보려니 생각이 잘 나지 않았다. 그저 그들의 반가운 인사가 부러웠다.


가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예상하지 못한 만남을 겪기도 한다. 지난 주말 야경을 보러 갔던 예당호에서 첫째 아이의 반 친구를 만난 것이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 마냥 우리가 도착한 곳에 첫째 아이의 친구와 부모님이 그 자리에 있었다. 첫째 아이와 친구는 마치 오랜만에 만난 것처럼 방방 뛰며 즐거워했다. 세상 참 좁다라는 말이 실감이 났다. 나 또한 휴일에 가족들과 놀러 갔던 곳에 있던 한 백화점에서 대학교 동기를 만난 적이 있다. 동기는 그곳에서 일하고 있었다. 동기는 우리가 졸업한 지 10년 이상이 지났음에도 나를 알아봐 주었다. 친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나를 알아봐 준 친구가 고마웠고 너무나도 반가웠다. 만약 대학교 친구를 오랜만에 만나게 된다면 나를 알아보기는 할지 궁금했었는데, 친구는 나의 궁금증을 시원하게 해결해주었다. 뜻밖의 장소에서 나눈 뜻밖의 인사는 예상치도 못한 즐거움을 선사해주었다.


예상치 못했던 만남과 인사가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이루어지듯이,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서의 만남과 인사도 때론 예상할 수 없는 감정을 느끼게 해준다. 삭막하다고만 생각했던 아파트 안에서 인사를 건네주시던 경비 아저씨와 청소하시는 아주머니를 보며 감사하고 미안했다. 가까운 곳에서 수고해 주시는 분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지 못했다는 것에 미안했다. 그분들의 수고로 쾌적하게 지낼 수 있었던 것인데, 수고하신다는 말 한마디 못하고 데면 데면 지나갔다는 것에 아쉬움이 남았다. 동네나 아파트 단지 안을 돌아다니다 자주 마주치게 되는 이웃들을 보면서 서로 어색함을 느끼기도 한다. 내가 먼저 인사를 건넬 수도 있는 건데도 그냥 지나간다. 인사 한 번 건네는 것이 이리도 어려운 일인 건지. 


어쩌면 반가움은 그리 멀리 있지 않을 것이다. 일상을 보내는 주요 장소에서 마주치는 사람들과도 반가움의 인사를 할 수 있다. 사회생활에서의 인사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내 주변에서 늘 보게 되는 사람들에게도 인사를 건네고 안부를 묻는 것에서도 함께 살아가는 즐거움과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은 뜻밖의 장소가 아닌 내가 살고 있는 이곳에서 뜻밖의 인사를 건네 보는 건 어떨까.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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