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두려움은 '나'였다.
나는 결국 혼자 있어야 할 필요를 절감한다. 산책을 한 다음 글을 쓰고 싶은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는 인생에 대한 커다란 두려움이 하나씩 있다. 나의 두려움은 고독이다. 우리에게 두려움이 중요한 이유는 자신의 꿈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이 두려움을 극복해야만 하는 것이다.
나탈리 골드버그,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나는 의식적으로라도 글을 쓴다. 글을 쓸 주제가 생각이 나지 않아도 글을 쓴다. 일단 노트북 앞에 앉는다. 어떻게든. 내가 살 길은 글쓰기다 라는 생각으로 아이가 잠이 들 때면 무조건 다른 일은 제쳐두고 책상 앞에 앉는다. 글을 쓰는 지금 나는 몰입의 순간으로 들어가고 있다. 그 어떤 이야기든 내면에서 울려 퍼지는 메시지를 적어 내려 가기 위해 온 힘을 다한다.
글을 쓰기 위해선 다양한 경험이 필요할 것이다. 아티스트 웨이라는 책을 보면 창조성 회복을 위해서 모닝 페이지와 아티스트 데이트 두 가지를 해보라고 한다. 아이를 온종일 돌봐야 하는 나로서는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영감을 얻기 위해 새로운 곳을 가고 구경을 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할 수 없기 때문에 나만의 글을 쓰는 방법과 노하우가 필요했다. 모닝 페이지도 시도해보았다. 한참 움직임이 활발해진 아이를 돌보는 것은 체력이 많이 달리는 일이다. 거기다 첫째와 둘쩨도 있다 보니 큰아이들을 학교와 유치원에 보내기 위해서 아이들의 수면 패턴에 나를 맞추어야 했다. 새벽에도 일어나 보았지만 피곤한 상태로 쓰는 글은 의미가 없었다. 그저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핑계일 수도 있지만 글을 쓴다는 것은 장기적인 프로젝트이기에 삶의 리듬을 깨뜨릴 순 없었다. 피곤하고 졸릴 땐 있던 창조성도 달아났다. 잠을 잘까 그래도 어떻게든 글을 써볼까 고민을 해보지만 결국 내 몸은 잠을 따르고야 말았다. 내가 유일하게 멀쩡한 정신으로 글을 쓰는 때는 평일에 막내가 낮잠을 자고 있을 때이다. 짧으면 30분 길게는 1시간 이상 잠을 자기에 그동안 나의 온 신경을 집중해야 했다. 이 작업이 평일 동안 꾸준히 이루어지지만 건져낼 수 있는 글이 많지는 않았다. 예전 같으면 그날그날 쓴 글들을 써서 올리는 데 바빴지만 이젠 글의 질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글을 매일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비슷한 수준의 공감지수는 글 쓰는 의욕을 저하시켰다. 쓰면 쓸수록 더 나은 평가를 받고 싶은데 하트의 수나 구독자의 수는 거의 변함이 없었다. 어제오늘 구독자의 수가 한 명 두 명 늘긴 했지만 나의 글에 대한 만족도는 높아지지 않았다.
나는 인내심이 그리 많지 않은 편이었다. 하고 싶은 걸 하다가도 가족들이 반대하거나 혹은 결과가 없으면 금세 때려치웠다. 그래서 제대로 된 직업도 가져보지 못하고 결혼을 했다. 그럼에도 내가 포기할 수 없었던 건 글쓰기였다. 언제부터 글을 쓰고 싶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 어릴 적 꿈 중 하나가 기자였다. 이땐 아마도 기자가 멋져 보였기 때문에 선망했을 것이다. 결혼을 한 후에는 작가가 되고 싶었다. 마침 집 근처에 서울예대가 있었다. 그 기운을 받아서였는지 예술에 대한 갈망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그저 가고 싶었다. 서울예대 문예창작과에 가고 싶었다. 나는 남편과 상의 후 문창과 입시를 위한 과외를 받았다. 사진을 보고 묘사하는 법이나 소설을 쓰는 법에 대해 배웠다. 그러던 중 첫째 임신을 하게 되었다. 그래도 일단 입시를 보기 위해 접수를 했고 실기와 면접을 보았다. 실기시험에선 원고지에 맞게 글을 완성하는데 급급했고 면접에선 질문에 제대로 답도 하지 못하고 나오게 됐다. 당연히 뚝 떨어지고 내 관심도 뚝 떨어졌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나는 다시 글쓰기를 시작했다. 셋째를 낳고 본격적으로 나의 글을 쓰기 시작했다. 피곤함이 내 어깨를 눌러댔지만 그럼에도 글쓰기를 놓지 않았다. 글을 쓰다 그만두는 불상사는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잘 쓰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어떤 지식을 전달하는 것보다 오로지 나이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가 닿을 수 있도록 쓰고 싶어졌다. 내 이야기에 공감을 하거나 비슷한 상황일 때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용기를 주고 싶다. 가다 서다를 반복했던 그저 평범했던 주부와 엄마로서 삶을 변화시킨 이야기들을 써 내려가고 싶다. 평범함을 넘어 삶의 변화를 일으켜 낼 수 있었던 것이 글쓰기였다고 당당히 이야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