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고픈 새벽 다시 잠들기 아쉬워 글을 쓰기로 마음을 먹었다. 꽤 괜찮은 이야기 하나 뽑아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키보드를 두드린다.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를 읽으며 - 원래 꿈이 소설가는 아니지만 - 소설이 아니라도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쯤 남겨보고 싶었다. 그 바람이 비가 오는 새벽, 이루어질지는 모르겠다. 다만 어떤 생각이라도 기억 속 어딘가에 숨어있던 이야기를 써볼 생각이다.
때는 내가 막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24살쯤으로 기억한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학원을 다니며 면접도 보러 다니던 그런 시기였던 것 같다. 친구와의 약속으로 서울 어딘가로 향했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여서 들떠 있었다. 친구와 무얼 먹으며 어떤 이야기를 할지 기대하며 약속 장소로 향했다. 지하철 역에서 빠져나와 거리를 걷다 친구를 만났다. 그런데 웬걸. 옆에 남자가 있지 않은가. 어딘가 익숙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학교 선배의 남사친이었다. 하도 절친해 그 선배와 붙어 다녔지만 결국 둘은 다른 사람을 만나 결혼했다. 아무튼 아는 얼굴이었다는 것이다.
정해진 약속으로는 친구와 만나는 것이었지만 당혹스럽게도 남자 선배가 같이 있었고 사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꽤 잘 버는 것 같았다. 그는 우리에게 저녁을 사주겠다며 고깃집으로 데려갔다. 상상했던 것보다 큰 식당이어서 놀란 눈으로 어떤 음식을 먹게 될지 궁금해 메뉴판을 쳐다보았다. 돈을 잘 번다 했으니 소고기를 먹으려나? 속으로 오랜만에 소고기 먹게 생겼네. 흐흐하며 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그는 주문을 했고 그 음식은 상상도 못 했던 것이었다. 내 예상을 완전히 빗나간 것이다. 뚝불이었다. 분명 그 음식도 맛있었지만 가격으로 보면 그는 성공한 CEO는 아닌 듯싶었다. 우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차 한잔 하자며 어딘가로 나를 데려갔다. 그곳은... 하... 다시 생각해도 소름이 돋는다. 그곳은 바로... 다단계 사업장이었다.
갑자기 사업설명회를 해주겠다며 어떤 사원 한 명을 불렀다. 아.. 그 아이도 얼굴이 익숙한, 대학교 친구의 동생이었다. 나는 그 내용이 어떤지 얼마나 버는지에 대한 내용보단 황당함이 나를 감싸고돌아 얼굴이 일그러졌다. 설명을 듣는 내내 좋은 표정 일리 없었고 숨길 수 없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친구였는데 이 사업설명회를 듣게 하려고 나를 불렀다니... 친구에게 이런 마음을 다 전달하진 않았고 좋게 좋게 사업장을 빠져나왔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기억이었다. 고작 난 이런 이야기만 듣는 사람인가 하며 한숨 섞인 입김을 불어댔다. 결국 친구는 빚을 졌고 결혼해 남편이 갚아주느라 애를 먹었다 했다.
책을 읽다 이 이야기가 생각이 났고 재미있게 표현해 보고 싶었다. 괜찮은 글 하나쯤은 있었으면 하고 바랐다. 수많은 글과 사람들에게 닿을 수 있는 이야기를 쓰고 싶은데 그건 마음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금의 이 마음이, 어떻게든 스스로 해보려 애쓰던 그때 그 친구를 만났던 심정이 나의 글 하나하나에 발현되고 있는 것 같다.
어떤 삶의 메시지를 근사하게 전달할 자신과 능력은 없다. 기갈나게 그럴듯하게 포장할 엄두도 안 난다.
일주일 내내 글을 다 올리진 못해도 평일엔 성실히 글을 올리고 싶었다. 꾸준히 글을 써보면서 훈련한다 생각했다. 어차피 아직 화제가 될 만한, 조회 수 터지는 글이 나올만한 내공이 부족하다 생각했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머리가 아플 때도 있지만 글을 쓰고 있는 자체가 행복했다. 뚝딱뚝딱 글을 써낼 수 있어서 감사했다. 이거 하다 저거 하다 왔다 갔다 하며 공부도 했다 말다 일도 했다 말다 했던 그런 인생이었다. 지금은 몇 개월째 마음 하나 안 변하고 글을 쓰고 올리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난 꽤 괜찮은 인생을 살고 있는 것 같다.
아직은 수입을 낼 수 있는 글쓰기는 아니지만 언젠가 내 글의 정점을 찍을 날이 분명 올 거라 믿는다. 그저 내 마음 하나 속이지 말고 솔직한 이야기를 써보자 결심했을 뿐이다. 그 결심이 원대하진 않다. 그저 소소히 내 이야기가 주목을 받아봤으면 하는 것이다. 소소히 란 단어가 주목받아 봤으면 하는 꿈과 연결이 되진 않는 듯 하지만, 결국 내 이야기를 하자는 것이다. 조금 더 맛깔나게. 감칠맛 나는 찌개처럼, 단짠단짠 한 맛처럼, 심심하지 않은 글쓰기를 해보려 한다. 억지로 좋은 글이 되기 위해, 메시지가 있는 글을 쓰려, 애쓰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