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아무리 예뻐도 하루 종일 같이 있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방학이라 세 아이가 온종일 함께 지낸다. 큰아이는 9살, 둘째는 7살, 셋째는 만 8개월. 위의 두 아이는 어느 정도 커서 날 힘들게 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둘째는 자신의 감정이 상하거나 원하는 것이 바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떼를 쓰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발생되는 남편과 나의 화는 아이를 힘들게 했다. 나에게도 마찬가지였다. 혼이 나는 모습을 지켜보는 나도 마음이 아프지만, 내가 아이에게 화를 내게 될 때마다 도대체 나 왜 이러지 하며 자책을 한다. 남편이 아이에게 화를 내면 남편을 탓하면 되는데 내가 화를 낸 후 밀려오는 자괴감은 어찌할 줄을 몰랐다.
몸이 무겁고 졸음이 몰려온다. 쉬고 싶지만 쉬지 못하는 '나'와 그냥 쉬라고 말하는 '나'가 싸운다. 쉬지 말라고 말하는 나는 '네가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아 아이가 자는 지금 글을 써야 하는데 잠을 자야겠냐'라고 나를 채찍질한다. 지체하기엔 시간이 많지 않다고 너의 나이를 생각하고 한참 배워야 할 어린아이들을 생각하라고 한다. 지금 실력으로는 글로 먹고살기 힘드니 될 때까지 어떻게든 해보라고 나를 민다. 아이들의 꿈을 생각하라고.
어쩌면 그보다 중요한 건 내 몸과 마음의 컨디션일지도 모른다. 아이들의 재능을 길러주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걸 놓치고 있다고 마음이 내게 말한다. 글을 잘 쓰기 위해 엄청나게 애쓰고 싶은 마음은 알지만 너의 충족되지 않은 욕구들로 인한 분노를 아이들에게 표출해서는 안되는 거라고. 하루 종일 어린 아기를 돌보며 살림을 하니 당연히 피곤이 쌓인다. 피곤하면 아이들 잘 때 쉬어야 하는데 내 마음은 그렇게 하지 못하고 책 한자라도 읽어야 편안해한다. 마음은 마음대로 애쓰고 싶고 몸은 피곤하고 지치니 둘이 충돌할 수밖에.
그냥 엄청나게 내가 애쓰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그랬던 거다. 어렵고 힘들어도 좌절하지 않고 내 나름 엄청나게 노력하고 있으니 나 좀 봐달라고. 내 마음이 어딘가에 들릴까 하고 허공에 소리친다. 누군가는 내 말 좀 들어달라고. 그래서 글을 쓰는 걸 포기하지 못하는 것 같다. 되지도 않을 걸 알면서도 오디션장으로 향하던 사춘기 시절처럼 이루지 못할 꿈을 손에 쥐고 있는 것인지. 그럼에도 내 손가락은 쉬지를 않는다. 더 가보자고 한다. 네 안에 숨은 수많은 이야기들을 내보여야 한다고. 지금 당장은 아무도 보지 않을 글이어도 언젠가 네 글을 알아줄 곳이, 사람이 있을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