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끝까지 가봐요.

아이고 곡소리가 절로 나온다. 아이들이 온 집안을 헤집고 다니는 방학, 아이들이 잠에서 깬 순간부터 하루의 일상이 바쁘게 시작이 된다. 막내는 눈을 뜨자마자 돌아다니다 분유를 달라며 운다. 둘째 아이는 안아달라 떼를 쓰고 그나마 9살인 큰아이가 스스로 잘하기에 내게 힘이 되어준다. 전날 비가 온 뒤 해가 쨍하니 더운날임을 나가보지 않아도 알 것 같다. 머릿속에 이런저런 생각이 뒤덮이고 쓰고 싶은 문장들이 떠올라 기억하려 애썼는데 막상 책상에 앉으니 생각이 떠오르 질 않는다. 아직 낮 12시도 안 되었는데 어깨가 무겁고 졸리다. 달콤한 음식이 절로 생각난다. 닭강정이 당긴다. 배달 앱을 켜고 손가락을 이리저리 움직여본다. 맛있게 보이는 음식 사진을 보며 넋을 놓는다. 그러다 가격을 살피고는 주문하기 버튼을 쉽사리 누르지 못한다. 카드 값이 리셋되어 0원이 된 8월 첫날, 전 달 쓴 카드값을 떠올린다. 외식을 적게 하는 우리 가족은 사치하지 않는다 생각하는데도 항상 돈은 모자란 느낌이다. 얼른 돈을 벌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아직 어린아이들을 보며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기댈 곳은 오로지 글쓰기 뿐이다.


글을 잘 쓰고 싶어 있는 시간 없는 시간 쪼개 틈나는 대로 글도 써보고 책도 읽는다. 책을 읽다 마음에 와닿는 부분은 필사를 한다. 많은 양을 읽고 쓰진 못하지만 부족한 필력으로라도 계속 써보고 있는 중이다. 언젠가 내 책을 낼 때 귀한 글감이 돼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쓰기를 놓지 않는다. 나는 매 순간 고민한다. 밤엔 꼭 책을 읽거나 글을 써야지 다짐하는데 녹초가 되어버려 잠에 빠져 든다. 좀 일찍 잠들어 새벽에 눈이 떠지면 글을 쓰겠다 스스로 약속을 하지만 눈이 떠지는 순간 막내가 깨어 놀고 있다. 밤새 꿈을 꿨는지 개운하지가 않다. 그럼에도 글쓰기는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계속 나를 부른다.


"일단 해봐야 알아요. 지금은 잘 모르지만 지나고 나면 깨닫게 돼요. 내가 얼마나 서툴렀는지, 어떻게 성장했는지. 그러니까 끝까지 가봐요."


- 봉현, 단정한 반복이 나를 살릴 거야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지겹고 힘들어 지쳐있을 때 내게 눈이 들어온 책이다. 나와는 다른 상황이지만 제목이 내 맘에 퍽 와닿았다. 원하는 만큼 글을 쓰고 읽지 못하는 생활이 반복이 되면서 과연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인지 나에게 되물었다. 그 누구도 답변을 해줄 수 없으니 스스로 답을 찾아야 했다. 글쓰기에만 전념할 수 있는 작가님들에게 직접적으로 조언을 구하고 싶지만 내 상황과는 다르니 뭐라고 답해줄 순 없을 것 같다. 내 생활패턴을 부정하지 않고, 조금은 느리더라도 매일 조금씩이라도 읽고 써보면 된다고 나를 안심시킨다. 하루에 한 시간은 책을 읽으며 필사를 하고 한 시간은 글을 쓰는 것이 목표다. 글 쓰는 법을 제대로 배워보지 않았고 그래서 누구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 글을 읽고 써야 한다는 걸 알지만 잠을 줄여가며 한다는 건 몸을 망가뜨리는 게 될 뿐이다. 건강해야 그 어떤 것도 할 수 있기에 마음을 내려놓을 수밖에.


"그러니까 끝까지 가봐요."


내가 믿고 있는 한 마디이다. 글엔 정해진 목적지가 있는 것이 아니니 자신의 속도에 맞춰 가면 된다는 것으로 들렸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글을 읽고 써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을 탓하지 말고 조금씩 나아가자고. 오늘도 그 다짐을 되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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