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꾸는 네모와 블로그 이웃이 된 남편

더 발전된 '빛을 보았다.'를 꿈꾸며

띵동. 핸드폰에서 어플 알림 소리가 났다. 확인해 보니 누군가 나를 블로그 이웃으로 추가했다는 알림이었다. 익숙한 아이디였다. 나는 아악 소리를 질렀다.


나의 주된 글감은 바로 남편이다. 좋은 이야기보다는 남편에게 상처받은 이야기가 많았고 지극히 주관적인 나의 입장에서의 이야기이다 보니 남편의 눈을 피해 글을 올렸었다. 주로 새벽에 글을 쓰다 보니 글을 쓰고 있는지 남편은 알 수 없었다.


신혼 초 어떤 계기로 작가가 되길 원했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 문득 작가에 대한 꿈이 떠올랐는지 마침 집 근처 서울예대가 있어 그랬는지 문창과에 입학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사실 글이 무엇인지 소설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단순히 책이 좋았고 빼곡히 적혀 있는 글들이 꽤 멋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책 속의 멋진 작가가 된다면 부모님이 나를 자랑스러워하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실제로 어렸을 적 작가가 꿈인 적이 있었다. 그 당시 엄마가 언니를 이박사라 불렀는데 샘이 난 나는 엄마에게 나도 뭐 하나 불러달라 했고 그 별명이 바로 이 작가였다.


나의 결혼생활엔 우여곡절이 많았다. 마치 애가 시집을 갔던 것이고 애가 결혼을 해 아이를 낳은 것과 마찬가지였다. 나이는 27살이었고 적은 나이는 아니었지만 몸만 컸지 정신은 다 자라지 않았던 것이다. 무조건 내 편인 줄만 알았던 남편과 결혼에 대한 환상은 현실엔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내게 안식처가 되어주지 못했던 가족의 품을 벗어나 도망쳐 들어간 곳이 바로 가정이었다.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무조건 나를 지지해 주는 사람이 바로 남편일 거라 착각했던 것이다. 남편은 남의 편이었다.


나는 작가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서울예대 문창과에 가겠다고 남편에게 말했다. 결혼 후 내가 무얼 하겠다고 처음 말한 것이니 남편도 반대는 하지 않았다. 결혼 후 일을 그만두었던 나는 남편이 준 생활비로 생활을 했고, 남편이 준 돈으로 입시를 위한 과외를 받았다. 그렇게 나는 3개월 정도 과외를 받았고 시험을 보았지만 보나 마나 떨어지는 게 분명했다. 소설이나 문학에 대한 이해도 거의 없었고 어떻게 쓰는지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면접에서도 질문에 대한 답을 하지 못했다.


'빛을 보았다.' 내가 과외를 받으며 처음 소설이란 걸 써보았는데 내 첫 작품의 첫 문장이었다. 시력이 좋지 않아 5살 때부터 안경을 끼기 시작했다. 눈이 나빠진 건 수술실의 밝은 불빛 때문일 거라는 엄마의 이야기를 통해 쓴 이야기였다. 남편은 유치하다며 내 첫 문장을 놓고 두고두고 지금까지도 놀리고 있다. 내가 다시 글을 쓰는 모습을 보고 제2의 빛을 보았다가 나오는 거냐며 비아냥댔다.


어느 날 노트북으로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었다. 글이 완성되어 발행 버튼을 눌렀는데 갑자기 인터넷이 멈췄는지 렉이 걸렸다. 결국 화면이 멈춰 버려 창을 끌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한 시간 동안 썼던 글이 사라지고 말았다. 그날도 나는 새벽에 글을 써 남편이 출근하기 전에 완성해 올리려고 했다. 아무리 기다려도 렉은 풀리지 않았고 남편이 보고는 마우스를 만지작 거려 보았지만 답은 없었다. 남편은 그때 보았다. 내가 쓴 글을. 이제 또 다른 빛을 보았다가 나오는 거야?

으으.... 보여주고 싶지 않았는데....


그날 오전, 아이들도 모두 학교와 유치원에 간 후였다. 조용하던 핸드폰에 알림 소리가 났다. 블로그에 1이 떠 반가운 마음에 확인해 보니 어딘가 익숙한 느낌의 스펠링이 보였다. 남편의 이름 스펠링이 들어간 아이디였다. 아아아악.... 남편이 내 글을 보면 어쩌지. 남편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 그걸 읽으면 어쩌지 하며 두 주먹을 쥐고 흔들었다.


걱정과는 달리 별로 읽은 것 같지 않았다. 조회 수가 변함이 없는 것이 많은 것을 보니...

그날 저녁이었는지 뚜렷이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남편이 아이들에게 인상적인 말을 남겼다. "우리 집에 있는 네모가 꿈을 꾸고 있어." 가끔가다 약간 각진 나의 턱을 보며 네모라 놀렸고, 그건 날 보며 하는 말이었다. 그렇게 남편과 나는 블로그 이웃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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