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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사랑한다는 말, 나는 이 말이 하고 싶었어

찬 바람 부는 계절이 오고, 계절에 따라 마음도 이리 흔들 저리 흔들한다. 아무렇지 않은 듯 일상생활을 하지만 마음 한편엔 외로움 이란 한 단어가 나를 붙잡는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슴 한편엔 외로움이 있지 않을까. 가족 없는 혈혈단신의 나는 아니지만 가끔은 가족들 각자의 외로움을 엿본다. 남편은 열심히 회사생활을 하고 퇴근 후 아이 셋의 북적함을 느끼며 행복해하는 것 같아도 마음 한편엔 해결되지 않는 감정들이 보인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재미있게 놀다가도 공감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아무도 내편이 돼주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기도 할 것 같다. 나도 그랬으니까.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어도 '나'라는 한 사람은 나에게 또 다른 의미이니까.


즐겨보는 tv 프로그램 중 '고딩엄빠'가 있다. 이상하게도 자꾸 이 프로그램을 보게 된다. 본인의 의도는 아니었을 텐데 일찍이 부모가 되어 혼자든 아니든 꿋꿋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대견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부모의 관심과 사랑을 받아야 할 나이에 이성의 사랑이 전부가 되어 사랑을 주어야 할 아이를 낳았으니. 부모의 도움 없이 미혼모로 살아가는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지난주 방송에선 친부모님도 없이 홀로 아이를 키우는, 19살에 엄마가 된 주인공이 나왔다. 어릴 적 부모님이 헤어지시고 조부모님 밑에서 자라면서 외로웠던 아이는 노래방에서 마주친 한 남자와 사귀게 되었고 고2에 첫 번째 임신을 하게 됐다. 시댁의 반대로 어쩔 수 없이 아이를 지우게 되었고 고3 때 또다시 임신이 되어 지금의 아이를 낳게 되었다. 환영받지 못했던 시댁에서의 생활로 결국 아이가 생후 23일이 되었을 때 집을 나오게 되어 미혼모 시설을 거쳐 현재는 집을 구해 아이와 단 둘이 살고 있었다. 가족의 사랑을 받지 못하면 자란 주인공은 처절하게도 외로웠다. 명절에도 갈 곳 없이 단 둘이 집에서 외롭게 지냈다. 외로움에 무기력해진 엄마는 - mc들이 영상만 봐도 너무 외로워 보인다며 안쓰러워할 정도로 - 자신의 아이마저도 외롭게 만들었다. 마냥 해맑아 보이는 아이이지만 언어발달이 느려 자폐적인 성향이 보인다는 검사 결과를 받았다.


엄마의 심리검사도 진행이 되었는데, 상담사는 아이도 걱정이 되지만 엄마가 제일 먼저 걱정이 된다고 했다. 외롭고 무기력하여 아이에게 어떤 자극도 줄 수 없었던 것이다. 상담사는 엄마에게 "사람에겐 살아갈 힘을 줄 버팀목이 있어야 하는데 아이에겐 의지할 엄마가 있어요. 하지만 엄마에겐 버팀목이 없어요. 엄마가 의지할 수 있는 버팀목을 찾아보고, 그래도 없으면 나에게 찾아오세요"라는 말을 남겼다. 사연의 주인공인 엄마는 나는 오로지 나와 아이 둘 뿐이다.라는 말을 많이 했고, 그 말속에 '나 너무 외롭고 힘들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는 듯했다. 나도 그 마음에 동화되어 눈물을 쏟았다. MC들은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까"하며 측은해했다. 생각해보면 나도 상대의 마음을 얼마나 들여다보고 진심으로 공감하고 위로해 주었을까. 혹은 어떤 조언이나 충고 없이도 옆에 가만히 있어주었던 적이 있었을까.


나는 누구에게든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이 글을 다 읽지 않아도 제목만 보아도 마음에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각자의 역할이나 위치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사람으로서 사람에게 그대 힘들었다면 잘 살아왔고 앞으로도 힘내라고 말해주고 싶다. 결혼 지옥에서 오은영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이 사는 거 힘들죠." 아무리 밝고 에너지 넘쳐 보여도 보이지 않는 외로운 이면이 있는 것처럼 누구에게나 외로움이든 힘듦이든 자신만의 어려움이 있다. 그럴 때 누군가 가만히 옆에서 이야기를 들어주거나 함께 있어준다면 이 세상 살아가는 것이 그리 어렵지 만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공감과 이해가 있다면 스스로 살아갈 방법을 찾고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어릴 적 아빠는 언니와 나에게 이런 말을 자주 하셨다. "너넨 행복한 줄 알아라." 학교 보내주고 밥해주고 옷 입혀 주는 부모가 있고 살아갈 집이 있으니 행복한 거다 라는 뜻에서 이런 말씀을 하신 것이다. 다 안다. 지금도 어딘가에선 끼니도 해결하지 못하고 학교도 가지 못하고 어렵게 사는 아이들, 어른들이 있다는 것. 머나먼 아프리카에서도 질병과 가난으로 굶어 죽어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마치 선과 악처럼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들 뒤엔 가난한 사람들이 있다. 유튜브엔 먹방으로 사람의 한계를 넘은 식성을 자랑하고, 그걸로 돈을 버는 사람들도 있는데. 어딘가에선 굶어 죽어간다는 사실이 이 세상이 정말 아이러니하다 느껴질 정도이니까. 그럼에도 아무리 잘 사는 사람이어도 마음에 병이 있고 심지어는 죽음도 선택하는데. 무엇이 옳고 그른지 무엇이 잘 사는 것인지 가끔은 헷갈리고 의문이 든다. 의문이 많은 세상이지만 그럼에도 따뜻함이 있다는 것. 서로 공감하고 위로해 줄 수 있는 사람의 '감정'이 있다는 것. 그것이 있기에 계속 살아가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리에겐 희망이 있고 사랑이 있다. 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그러니 나는 당신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그저 난

널 사랑한다는 말, 난 이 말이 하고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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