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나도 너도 같이 웃었다.
그의 어린아이가 자꾸만 심술을 부린다,
by 이경진 봄날의 달팽이 May 8. 2022
남편이 피식 웃었다. 아이스크림 통을 들고 가다 떨어뜨렸다. 손엔 뚜껑만 있었다. 그때, 나도 너도 같이 웃었다.
며칠 전 아이들이 저녁 늦게 까지 얇은 옷을 입고 놀이터에서 놀다 그만 감기에 걸렸다. 막내가 기침을 하더니 열이 나고 콧물이 났다. 덩달아 첫째도 기침을 했다. 남편은 코로나 증상이 아닌지 걱정이 되어 온갖 걱정의 말들을 화내듯 뱉어 냈다. 심지어 자신의 걱정을 나에게로 전가시키려 늦게까지 놀게 한 것을 내 탓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욕과 함께 말이다. 나는 그 어떤 말보다 욕이 싫다. 그런데 그는 느낄지 모르겠지만 추임새처럼 그가 화날 때마다 입에 붙는다. 나도 아이들에게 옮았는지 목이 아팠지만 티 내지 않고 이야기했다. 덕분에 나도 언성을 높이는 대신 작게 천천히 이야기할 수 있었다. "여보 나 도사람이야. 자기에게 내가 하찮아 보일지 몰라도 나도 사람이야. 말조심해 줘."
남편은 계속 걱정이 됐는지 아이들이 잠에 들어 누워있을 때에도 서성거리며 구시렁댔고 자가검사 키트를 가져와 자는 아이들 콧속을 쑤셨다. 열이 나 고생하던 둘째는 별 반응을 보이진 않았지만 첫째는 계속 화를 내는 아빠에게 겁을 먹고 울다 잠이 들었다.
"여보. 눈 좀 풀어." 눈이 큰 남편은 눈도 부리부리 한데 화가 나면 눈애 힘이 들어가 세상의 온갖 화를 자신이 가져간 듯한 표정을 짓는다.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이렇게 말한다.
그 다음날 남편이 아이들을 데리고 병원에 데리고 가 약을 지어 왔다. 약을 먹고 나니 아이들이 좀 나았는지 기운을 차리고 잘 놀았다. 남편도 다른 말을 더 이상 하진 않았지만 여전히 화가 잔뜩 나 내가 차려준 밥도 먹지 않았다. 화내는 남편이 미워도 고기도 새로 볶아주고 국도 끓여 주었는데 온갖 심술을 부리며 내가 해준 음식은 다 밀어냈다. 나쁜 놈.
그런 그가 아이스크림을 들고 가다 떨어뜨려 피식 웃었다.
내가 웃으니 그도 피식 웃었다.
남편은 어린애다. 사랑받고 싶어 하는 어린애다. 그는 언제나 기대하고 기다린다. 그런데 그는 기대가 채워지지 않으면 참지 못하고 화로 둔갑해 가족들을 괴롭힌다. 재량휴일로 인해 집에 있었던 아이에게 추궁한다. 무얼 먹었는지. 아빠 꺼는 없냐고 안 남겨 두었냐고 "그렇지. 맛있는 건 아빠 없을 때만 먹지. 아빠 생각을 안 났어?" 하며 어린애처럼 생떼를 쓰듯 말한다. 나는 남편이 온갖 기분 나쁜 말로 화를 내는 날이면 스트레스를 받아 풀기 위해 그 다음날 남편이 없을 때 음식 배달을 시키든지 사 오든지 한다. 남편은 귀신 같이 안다. 맛있게 먹었냐고 물어보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만 빼놓은 것이 서운할 뿐이다. 결국 " 너 돈 많다. 아끼는 맛이 있어야지." 한다.
심지어 아이들이 욕조에 물을 받아 씻는 것도 그의 화를 건드린다, 어제는 내가 둘째와 함께 거품 목욕을 하고 다 씻은 후 물어 버렸는데 첫째도 하고 싶다 해 다시 받았다. 남편은 아이가 물을 받아 노는데 계속 왜 다시 받았냐며 엄마 씻을 때 같이 씻었어야지 하며 아이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나와 아이들은 , 그의 언성과 화로, 우리의 감정이 너덜너덜해진다. 첫째는 아빠가 집에 없을 때면 아빠 없지? 하며 아빠 싫다고 나는 아빠랑 하루 종일이 있는 주말이 싫다고 한다.
남편은 어린아이 같은 기대심리로 늘 우리를 괴롭힌다, 자신은 모르는 그 어린아이 때문에 진짜 어린아이인 우리 아이들도, 나도 힘들게 한다. 말을 함부로 한다. 자신은 늘 돈 벌어오는 노예라 말하지만 돈 벌어온다고 다 어른은 아니다. 남편은 그걸 모른다.
그런 그가 웃었다. 이 바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