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이경진 봄날의 달팽이 Jan 8. 2023
사람들은 누구나 말 못 할 자신만의 경험이나 감정들이 있다. 어디서도 내 보일 수 없는 감정들 말이다. 말하고 나면 후회가 될 수도 있고 눈물이 왈칵 쏟아질 수도 있다. 오늘은 딱 그런 날이었다.
나도 네 마음 다 알고 있으니까 펑펑 울어도 된다고, 내가 옆에 있으니 힘들 때 다가와도 된다는 말을 듣고 싶었다. 내가 나의 감정에 방어막을 치고, 괜찮다고 아무렇지 않다고 표현 하는 것도 그럴 수 있다는 토닥임을 받고 싶었다. 언제든, 힘들 때 견딜 수 없을 때 달려와도 된다는, 온전한 수용을 받고 싶었다.
금쪽 상담소라는 tv 프로그램에 개그우먼 미자와 배우 전성애 모녀가 나온 적이 있다. 엄마인 전성애 씨는 어려서부터 엄마로부터 쌓인 감정들을 자신의 딸에게 털어놓는 것이 셀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지금까지도 이어져 오는데 미자가 언제까지 엄마의 이야기를 들어주어야 하냐고 물었다. 이에 오은영 박사는 계속 들어주라고 했다. 나는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맘 속에 있는 응어리진 감정들을 다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까. 정답은 누군가 그 이야기를 마음이 다 풀어질 때까지 들어주고 또 들어주는 거다. 이런 내 마음도 누군가가 계속 들어주면 어떨까.
나 또한 엄마에 대한 힘든 감정들이 있고, 아직도 그 감정들을 흘려보내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엄마로 인해 내 감정이 어떻다는 것보다 엄마가 나에게 어떤 말을 했고 어떤 행동들을 했는지 계속 말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엄마의 말과 행동들이 내 맘 속에 상처로 자리를 잡았던 건지, 나의 마음 깊은 곳의 이야기를 할려치면 자꾸 엄마가 나온다. 남편과도 풀어야 할 것들이 많은데 남편에게 많은 신경을 쓰지 못하는 건 엄마에 대한 원망을 다 흘려보내지 못해서일까.
글로 풀어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가장 좋은 건 누군가 그 감정을 아무 말 없이 들어주는 것이다. 자꾸 털어내고 또 털어내다 보면 엄마에 대한 감정들이 조금은 나아질까. 진짜 내 마음을 알아가기 위해선 내 마음을 괴롭혔던 묵은 감정들을 어떻게든 털어내야만 한다.
어쩌면 나처럼 마음속에 깊은 상처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싶어 할지도 모른다.
"그래, 내가 네 마음 다 알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