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딸 최고! 잘한다! 네가 있어 엄마는 행복해!
by 이경진 봄날의 달팽이 Mar 21. 2023
육아와 살림을 하다 보면 쉽게 지나쳐 버리는 일상들이 많다. 그중 하나가 아이의 마음을 알아차려 주는 일이다. 아이가 셋이다 보니 1대 1로 마주 앉아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다. 청소를 하고 빨래를 하고 치우고 또 치우는 일이 일상이 되다 보니 때론 에너지가 방전되어 아이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이 사치로 느껴지기도 한다. 아무리 힘들어도 아이들의 순간순간을 놓치지 않고, 화도 내고 싶지 않은데 참지 못할 땐 내가 그러려고 한 게 아닌데 하는 억울한 마음이 쑥 올라온다. 엄마도 사람인지라 끝도 없는 육체 및 정신노동에 정신줄을 놓게 될 때도 있다. 그런 순간에 큰 딸이 내게 퀴즈를 냈다. 공책에 적어두었다며 풀어보라 한다.
한 번 풀어 보기로 한다.
1. 언제가 제일 힘들어?
애써도 결과가 좋지 않을 때. 내가 애쓴 만큼 마음으로 돌아오지 않을 때.
2. 힘이 되어 주는 사람은?
세 딸들
3. 가장 좋을 때는?
진심 어린 응원의 말을 들었을 때. 나의 글을 읽고 도움이 됐고 힘이 됐다고 하는 댓글을 보았을 때.
4.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아이들, 그리고... 남편
5. 글 쓸 때 좋은 글이 생각나지 않을 때는?
영감을 줄 수 있는 책을 본다.
6. 엄마 사랑해!
엄마도 딸들 사랑해!
올해 초등학교 3학년이 된 큰 딸은 애정표현을 많이 한다. 생일 땐 잊지 않고 선물과 편지를 준비한다. 준비는 혼자 하더라도 꼭 동생과 함께 나에게 준다. 생일 때 받은 편지는 큰 딸이 옷장에 넣어 둔 그대로 있다. 옷장을 열 때마다 아이의 편지로 힘을 얻는다.
혹여나 나처럼 아이들이 부모에게 상처받아 건강한 정서를 가진 어른으로 자라지 못할까 걱정이 될 때가 많다. 나 또한 아직도 부모에게 사랑을 갈구하는 어린아이이기 때문이다. 가까이 사는 내겐 오지도 않으면서 3시간이나 걸리는 언니 집엔 그렇게도 잘 가는 엄마를 보며 어린아이 같은 서운함이 밀려온다. 이런 마음을 잠재우기 위해 엄마를 이해해보려 한다. 엄마도 자신의 엄마에게 못 받은 사랑을 마치 언니에게 받는 것 같다고 그렇게 생각해 본다. 언니는 엄마에게 딸이지만 엄마이고 친구이고 언니이다. 엄마의 온 세상이다. 그러니 엄마의 행복을 빌어주자 하는데도 외딴섬이 된 기분은 어쩔 수가 없나 보다.
2번 질문인, 힘이 되어 주는 사람엔 오로지 딸들 뿐이다. 부모는 없다. 나를 대하는 태도가 오락가락이다. 일관성이 없는 그들의 태도에 이젠 그 어떤 기대도 희망도 걸고 싶지 않는데, 내면의 어린아이는 아직도 부모의 사랑을 갈구한다. 이런 나를 보니 어릴 적 부모의 긍정적인 수용이 평생을 살아가는데 힘이 되어준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다. 실제로 가장 친한 프랑스에 사는 친구는 어릴 적 엄마가 자신에게 해준 말들이 살아가는 힘이 된다고 했다. "우리 딸 최고! 잘한다! 네가 있어 엄마는 행복해! 네가 자랑스러워!"라는 말을 매일같이 해주셨다고 했다. 친구는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일을 했고 지금은 프랑스 남편을 만나 두 아이를 낳고 자신의 일도 열심히 하면서 그렇게 살고 있다. 반면 나는 그렇게 독립적이지 못했다. 나를 밀어내는 부모였는데도 자꾸만 찾아가고 또 찾아갔다. 의지하려 했다. 결국 부모의 일관적이지 못한 육아와 사고방식은 자식을 의존적인 어른으로 만들 뿐이다.
오늘도 나는 또 결심한다. 독립하자! 어린아이 같은 엄마의 굴레에서 벗어나기까지 꽤 시간이 걸리더라도 천천히 나의 길을 가자. 조급히 마음을 먹는다고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무엇을 이뤄낼 수도 없다.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이 걸려도 꾸준히 나의 길을 가자. 매일이 아니어도 매주 하나씩이어도 글을 쓰고 책을 보자. 책을 완독 하지 못해도 된다. 꼭꼭 씹어서 소화를 시키면서 보자. 좋은 말들, 좋은 문장들 마음에 새기면서 보자. 그렇게 나를 다잡아 본다.
언젠가 나도 이런 말을 들어보고 싶다.
"우리 딸 최고! 잘한다! 네가 있어 엄마는 행복해! 네가 자랑스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