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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의 달팽이 Apr 22. 2023

건강한 관계는 서로의 욕구를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솔직함은 나의 욕구와 감정을 구체적으로 말하는 것이다

나는 평소 솔직하기보다는 참는 편에 가깝다. 나의 말에 대한 상대의 반응이 부정적일까 봐 두려워 참고 또 참는다. 그러다 어느 날은 내 감정에 솔직해 보고자, 결심하고 말을 내뱉기도 한다. 결심을 하고 남편의 말에 내 생각을 말해보지만 먼저 남편의 생각을 인정해 주지 않아서 반박을 하듯 들리기도 한다. 그래서 남편은 자신의 말을 무시한 것처럼 느껴 나에게 화를 내곤 한다.


남편의 말에 인정해 주지 못하고, 왜 반박을 하듯 내 생각을 말하게 되는지 생각을 해보니, 남편은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라고 나에게 묻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해'라고 명령하듯 말하기 때문이었다. 지난번에는 남편이 아이의 피부가 거칠거칠 하니 병원에 가보라고 했다. 이건 몇 달 전부터 한 이야기인데, 내가 보기엔 그리 병원을 가서 진료를 볼 정도가 아니었다. 바디로션을 꾸준히 발라주면 될 것 같다고 남편에게 말하니 남편은 그렇게 해도 안 낫는다고 병원에 가보라 했다.


피부가 거친 부분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 거라 여겼기 때문에 병원을 가보는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이미 첫째 둘째도 키워봤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아니라 생각했다. 하지만 남편은 평소 건강에 예민하여서 그런지 아이 피부만 보면 걱정하는 눈빛이 역력했다. 걱정을 넘어 화가 나는 듯했다. 나는 그 상황이 불쾌했다. 아이 둘을 키워 본 나를 믿지 못하는 것 같아 마음이 상하고 불편했다. 그래서 샤워 후 오일도 발라주고 로션도 덧바르는 등 아이 피부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


나의 이런 노력에도 아이 피부는 개선되었다고 하기보단 늘 비슷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나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었고, 남편은 여전히 신경이 쓰였는지 똑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나 또한 똑같은 말을 했고 남편은 그동안 쌓인 것을 폭발시켜 버렸다. 내 감정에 솔직해 보려 결심하고 했던 말들은 무용지물이 되어 버렸고 남편의 화만 더 키워버렸다.


나는 이틀 후 약국에 가서 아이들 피부에 바르는 연고를 샀고 매일 아이를 씻긴 후 피부에 발라주고 있다. 아이의 피부도 조금씩 개선되어 가고 있었다. 하지만 남편과의 대화가 싸움처럼 번지는 것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함께 대화법을 배우고 개선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나의 대화 패턴을 분석해 보고 바꾸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화가 나거나 감정이 우울해질 때를 생각해 보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거나 하지 못해서 일 때가 많다. 나만의 시간이 거의 없는 나는 아이가 낮잠을 자는 시간이나 새벽시간을 이용해야 한다. 쉬는 시간이나 잠자는 시간을 포기해야만 한다. 아이가 돌 전일 때는 낮잠도 많이 자서 제법 나만의 시간을 많이 보낼 수 있었는데 돌이 지나고 활동양이 많아진 지금은, 아이의 활동상태에 맞추게 되니 체력이 많이 떨어다. 새벽에 일어나는 것도 힘들어졌다. 눈을 떠보면 남편이 출근하는 시간이다.


글도 쓰고 책도 읽으려면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을 만드는 것은 그 어떤 사람도 해줄 수 없다고 느껴서 아이가 자는 시간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 남편에게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나만의 시간을 달라고 부탁해 보고도 싶지만 아이가 엄마 껌딱지라 그렇게 할 수가 없어 답답하다. 제대로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쓰지 못하는 날들이 하루하루 늘어가면 나도 모르게 짜증을 내고 화를 낸다. 기분이 좋으면 아이가 원하는 것도 쉽게 쉽게 들어주는데 그렇지 못하면 아이에게 스스로 하라며 짜증을 낸다.


원하는 것을 하지 못하고 요구하지 못하면 결국 쌓이는 것은 불만과 화이다. 부정적인 감정만 쌓일 뿐이다. 모든 대화에는 요구와 부탁이 들어가 있다. 각자만의 욕구와 느낌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구체적으로 표현하지 못하면 명령이 되고 비난처럼 들리게 된다. 참는 것 만이 답이 아니다. 싸우지 않고도 서로의 욕구를 알아차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우리는 참 많은 거절을 하고, 거절을 당하며 산다. 속으로 끙끙대고 참다 폭발해 버리기도 한다. 서로의 말들이 비난처럼 다가와 상처가 된다. 상대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어 그 말속에 숨은 의미를 스스로 찾아야 할 때가 많다. 상대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구체적으로 표현되지 않아서 속을 애태우게 하고 힘들게 한다.


가끔 남편은 둘째 아이가 떼를 쓸 때 그 이유를 찾지 않고 화를 내거나 아이가 원하는 것을 갖지 못하도록 하고, 하지 못하게 한다. 남편은 아이가 떼쓰지 않도록 훈육을 하는 거라 여지지만 아이는 전혀 아빠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지 못한다. 혼나는 것에 대한 무서움과 뺏기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눈물바다가 된다. 우는 모습에 남편은 더 화를 내고 혼을 낸다.


부정적인 감정의 교류는 서로를 성장시키지 못한다. 아이는 자라서 지금 겪은 이 상황을 절대로 잊지 못한다. 자신도 알 수 없는 부모에 대한 미움과 상처로 마음이 자라지 못한다. 관계에서 자꾸 넘어지게 된다. 우리는 그 이유를 알지 못해 서로를 탓하고 미워한다. 아이는 커갈수록 부모와의 대화를 피할 것이다. 부모의 속을 썩이지 않는 착한 아이가 되려 자신의 감정을 무시하기 위해 애쓸 것이다.  

 




자신의 감정과 욕구에 솔직할 수 있어야 한다. 솔직함은 상대를 탓하는 것이 아니다. 구체적으로 원하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다. 아이에게 떼쓰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는 것은 구체적인 행동 언어가 아니다. 상대를 제압하고 억압하는 것일 뿐이다. 남편은 아이에게 지금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말해주어야 한다. "아빠는 퇴근하고 집에 돌아왔을 때 조용한 분위기에서 쉬기를 원하기 때문에 큰소리가 들리면 나는 정말 화가 난다. 네가 피곤해 혼자 내복을 입거나 양치를 하기 힘들 땐 엄마에게 도와달라고 부탁을 했으면 좋겠다."     

 

이렇게 부탁을 한다고 떼쓰던 아이가 바로 진정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이나 상황을 탓하지 않고 지금의 상황에 대한 자신의 욕구와 느낌을 책임질 수 있다. 상대의 행동이나 성격을 바꿀 수는 없다.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비난할 수도 없다.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지 못하고 상대만을 탓하게 된다면 함께 하는 즐거움도 행복도 사라지고 만다.


불행하게도 우리 대부분은 필요나 욕구라는 면에서 생각하는 법을 배운 적이 없다. 우리는 자신의 욕구가 충족되지 않았을 때 다른 사람의 탓으로 돌리는 데 익숙하다. 그래서 아이들의 옷이 옷걸이에 걸려 있기를 바라는데 의자 위에 놓여 있으면 아이들이 게으르다고 판단한다. 또는 직장 동료들이 우리가 원하는 대로 일하지 않으면 그들을 무책임한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마셜 B. 로젠버그 , 비폭력 대화 중




남편이 나를 믿어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해'라고 명령하듯 말하기보단 '이렇게 해보면 어때?'라고 물어봐 주었으면 좋겠다. 나는 상대방이 나의 생각이나 의견을 묻지 않고 무조건 ~해라고 말하면 명령이나 강요하는 것처럼 들려서 화가 난다. 더 하고 싶지가 않다.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것처럼, 상대가 나를 비난하는 것처럼 들려서 그가 원하는 것을 하고 싶지 않다.

  

흔히들 행복은 가까운 곳에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사소한 행복은 때론 분노와 불안, 두려움의 감정에 가려지곤 한다. 사소한 말과 행동으로 서로에게 상처를 내고 존재의 의미조차 불분명하게 만든다. 관계 안에서의 미묘한 신경전들은 삶의 불필요한 에너지가 되어 감정을 소모시킨다.


우리는 모두 욕구를 가진 사람들이다. 갑과 을로 따지는 상하관계가 아니다. 나이나 성별에 상관없이 서로를 존중하고 위해야 한다. 서로에 대한 존중은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감정을 다스린다는 것은 자신의 욕구와 감정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표현하기 전에 내가 바라고 원하는 것을 알아차려야 한다. 나 스스로 먼저 나를 챙기는 것이 우선이다.


사람이 동물과 다르게 유일하게 갖고 있는 것이 감정이다. 감정은 수수께끼와 같다. 계속해서 묻고 풀어나가야 한다. 나라는 한 사람을 굳건하게 지키기 위해서는 감정조절을 잘할 수 있어야 한다. 조절이라는 것은 억압도,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도 아니다. 지금의 내 감정을 잘 알아차리고 상황에 맞게 대응하는 것이다.


관계는 피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함께 성장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사람은 소속감을 통해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 그 토대 위에 삶의 여러 요소들을 쌓아나갈 수 있다. 균형과 조절이 이루어지면 배려와 소통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누구나 꿈꾸는 사랑과 행복은 추상적이고 모호한 것이 아니다. 나와 너의 욕구와 감정을 인정하고 충족시켜 나갈 때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바라고 원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확인받음으로써 우리의 마음은 더 풍요로워질 것이다.  




**책 비폭력 대화를 참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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