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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의 달팽이 May 21. 2023

나의 행복을 가로막지 마세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어젯밤 이불 위에 누워 내일 새벽이 오기를 기다렸다. 피곤함과 스트레스로 온몸을 뒤흔들며 빨리 잠들기를 소망했다.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할 거라 생각되면 온몸이 곤두선다. 내가 가장 하고 싶은 건 첫째로 글쓰기, 둘째는 좋아하는 가수의 팬미팅이나 콘서트에 가는 것이다.


뭔 철없는 소리냐고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내 인생에 글쓰기와 음악은 살아가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글을 쓰고 싶어 미치고 콘서트를 가고 싶어 미친다. 결혼 전이라면 어디를 가든 계획만 하면 갈 수 있었는데,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나서는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자율성을 짓밟혀 버렸다. 모든 것을 상의 아닌 허락을 구해야 했다. 그걸 모르고 무작정 하고 싶은 것들을 시도하고 또 시도하다 매번 남편으로부터 발목이 붙잡혔다. 그래서 결혼은 미친 짓이라 말하는 걸까. 연애를 할 땐 함께하고 싶어 미치다 결혼을 하고 마음대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니 모든 것이 다 미워 보였다.


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하지 못해 우울하다는 건 모든 사람의 공통된 문제다. 나 또한 우울했고 또 우울했다.




인스타에 좋아하는 가수의 팬미팅 소식이 떴다. 보자마자 한숨이 절로 나왔다. 갈 수 있을까. 또 허락을 구해야 할 텐데 걱정이다. 갈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지만 캘린더에 예매 일정을 기록해 놓았다. 팬클럽 선예매 시간을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티켓 예매 사이트에 들어가 미리 로그인을 해보았다. 티켓 오픈이 되자마자 광속으로 클릭을 하기 위해 알람을 맞춰 두었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남편과 의견 충돌 없이 잘 다녀올 수 있을지 걱정이 태산이다.


직접 현장에서 가수의 라이브와 MR이 아닌 실제 밴드의 연주를 듣는 것은,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 빵빵한 사운드로 가수의 노래를 들으면 온몸에 전율이 흐른다. 그동안 묵은 체증이 내려가고 나를 아프게 했던 모든 것들이 치유되는 느낌다. 그 어떤 위로와도 비교할 수 없는 최고의 선물이다.


음악이나 미술 등 예술의 가치를 모르면, 티켓가격을 보고 놀라기도 한다. 우리 가족들이 그렇다. 단 한 번도 콘서트나 뮤지컬을 경험해보지 못한 친정가족들은 매년 콘서트를 가야 하는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 사는 것이 바쁘고 힘든 것도 있지만, 경험을 할 기회가 없어서였는지 감정이 메말라서인 건지 이유는 모르겠다.




글쓰기도 그렇듯 음악을 즐기고 좋아하는 것도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혼자이기 때문에 음악을 듣고 울어도 아무런 눈치를 보지 않는다. 콘서트장에 수천 명의 관객이 있어도 모두가 홀로이다. 가수의 여리면서도 간절한 목소리와 연주를 들으면 누구나 눈물을 흘릴 수 있다. 어느 누구도 음악을 즐기는데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는다. 오로지 가수의 목소리와 나만이 존재할 뿐이다.


내 마음을 요동치게 하는 수많은 감정들은 나를 살아있게 한다. 그 순간엔 이성적이고 현실적인 감각은 차단된다. 그래서 글을 쓰는지도 모른다. 아무도 이해 못 할 감정들을 글로 써내려 가면 희열을 느낀다. 나 이렇게 감성이 풍부한 사람이에요 라고 광고하는 것 같다.


친정 가족들은 돈이 되지 않는 일에는 관심이 없다. 그래서 음악을 좋아하는 나를 지지해 주지 않았다. 어려서부터 음악과 책을 좋아했던 나를 부모님이 알아주셨더라면 지금의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자녀의 성향에 대해서는 무관심했고 알지도 못했던 부모님이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그들의 무지를 어떻게 탓할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최대한 우리 아이들의 성향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그에 맞게 아이를 대하려고 노력한다. 아이가 하고자 하는 것들을 최대한 지지해 주고 응원해 준다. 외향적이고 뽐내는 걸 좋아하는 첫째 아이는 피아노를 치고 춤을 추는 것을 좋아한다. 둘째는 자기만의 공간을 꾸미는 것을 좋아한다. 극과 극인 두 성향의 아이를 모두 이해하고, 좋아하는 것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놔두는 편이다.


나는 자신의 성향을 알고, 그 성향대로 좋아하는 것을 하다 보면 자신의 길이 나타날 거라고 믿는다. 그 길을 찾고 열심히 포기하지 않고 가다 보면 자신만의 분야를 안정적으로 구축해 나갈 수 있다. 계속해서 자신의 성향을 무시받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하지 못하면 삶이 우울해지고 어떤 일이든 지속하지 못하고 포기를 반복할 거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최대한 아이들을 이해하고 간섭하지 않으려고 한다.


재능이 부족하다 생각되면 배울 수 있도록 지원을 해주는 것도 부모의 몫이다. 가계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아이를 지원해 주면, 아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지지받아 더 노력한다. 노력으로 성과가 생기면, 그 성공의 경험을 바탕으로 열과 성을 다해 애쓰고 또 애쓴다.




글쓰기는 내게 성공 경험을 심어주었다. 잘 쓰든 못 쓰든 글 하나를 완성시켜 발행 할 수 있었다. 하나를 완성하니 둘을 셋을 완성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생각을 풍부하게 만들어 주었고, 삶에 간절함이란 선물을 주었다.


사람이 살아있으려면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한다. 방법은 자신이 잘 알고 있다. 많은 글 속에서 강조하고 있는 꾸준함과 성실함이란 태도를 갖춘다면 좋아하는 것도 잘할 수 있다. 취미가 직업이 되었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듯이,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포기하지 않고 하다 보면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나에게 그렇게 최면을 건다.


성실함과 꾸준함은 그 어떤 단어와도 대체할 수 없는 고유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단어 자체만 봐도 우직하고 든든하다. 실패든 성공이든 새로운 경험이 쌓인다. 술렁술렁 하다 말다를 반복하면 할 수 없는 경험이다. 그 어떤 경험이든 삶에 자산이 된다.


내가 행복하고 건강해야 주변을 잘 돌볼 수 있다. 건강하고 행복한 부모가 자녀를 건강하고 행복한 사람으로 키워낼 수 있다. 행복은 사치가 아니다. 생기 있고 힘 있게 살아갈 수 있는 원천이 된다. 원하는 것을 하지 못하고 이루지 못하면 나도 모르게 주변을 괴롭힌다. 괜히 짜증을 내고 화를 낸다. 그런데 그 사실을 모르면, 계속해서 남을 탓한다. 내 불행의 원인을 상대에게서 찾는다. 그것만큼 불행한 것도 없다.


나는 오늘도 글 하나를 완성해 행복 하나를 쌓았다. 또 하나의 성공경험은 나와 내 주변을 밝힐 것이다. 그러므로 나의 글쓰기는 끝이 없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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