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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의 달팽이 Jun 05. 2023

관계가 어려울수록  마음으로 다가가자

진심은 통하는 법

얼마 전 이사를 한 동서에게 전화를 걸고 느낀 후련함으로, 관계가 어려울수룩 마음으로 다가가면 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다른 사람에게 전화 한 번 걸기까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나는 결심을 하고 동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동서와 나는 가깝고도 멀게 느껴지는 사이다.


이사를 한다는 건 알았지만 정확한 날짜를 알지 못했는데 동서의 카톡 배경에 올라온 이사 간 집의 사진을 보고 이사했다는 것을 알았다. 마음속으로 여러 생각과 감정이 오갔다. 가족이라면 어디까지 알아야 할까. 모르는 게 너무 많았다.


소식을 직접 듣지 못해 가족들로부터 동서와 서방님의 소식을 전해 들어야 했다. 이사를 한다는 것도 시어머니께 전해 들었다. 남편에겐 형제라곤 둘 뿐인데 동생의 소식조차 직접 듣는 것이 없으니 답답했고 궁금했다. 서운한 마음이 들었지만, 서운함도 궁금함에서 오는 느낌이니 궁금한 사람이 물어보면 될 것 같았다.


관계가 서툴고 미숙한 나이지만, 글을 쓰며 배웠던 진심처럼 다가가 보기로 했다. 먼저 알지 못해 서운한 마음은 접어두고 동서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담담했던 목소리 끝에 전화를 주어서 고맙다는 말이 나왔다. 역시나 내가 말을 하는 것보다 동서의 말을 더 많이 들어야 했지만, 고맙다는 한마디에 전화를 하길 잘했다는 안도감과 후련함을 느낄 수 있었다.


때론 문자보다 전화가 중요할 때가 있다. 전화보다 문자가 익숙하지만, 그럼에도 직접 전화를 걸으면 서로의 마음을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조금은 어렵지만 다가가려 노력하고 애썼음을 상대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관계가 서툴고 어려운 나에겐 관계란 늘 해결하지 못한 숙제이다. 내 마음을 다른 사람들에게 말로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에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관계를 맺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다가가는 것이 어려웠다. 전화를 거는 것도 어렵지만 카톡대화에 답을 다는 것조차 고민을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러던 내가 시어머니께 "많이 더우시죠?"라고 안부를 물었다. 비록 어머니께 걸려온 전화였지만 조금 더 용기를 내 여쭤보았다. 농사를 지으시고 장사를 하시면서 늘 사람들과 소통을 해오셨던 시어머니 셨기에 나도 시어머니와 활발히 소통을 하고 싶었다. 어렵지 않게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티키타카라고 해야 할까. 자연스럽게 대화를 주고받고 싶었다.


시댁에 남편과 아이들만 갔을 때 내가 오지 않아 걱정이 되셨던 건지, 직접적으로 말씀은 안 하시고 남편이 토마토를 안 가져갔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나는 "먹고 싶었는데 가져오지 않아서 아쉬웠어요. 먹고 싶어서 마트에서 사 먹었어요."라고 말씀드렸다.


결혼생활 10년이 되어서야 좀 말이 트인 느낌이었다. 정말 친한 사이가 아니고는 주고받는 대화가 어려웠던 나였기에, 어른과 통화를 하는 건 연습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었다. 그동안 듣는 것이 익숙했고 당연하다 여겼는데 말하는 것도 중요한 것이라는 걸 새삼 느꼈다. 직접 만나 대화를 하면 고개라도 끄덕이면 됐는데 전화이다 보니 어떤 말이라도 해야 했다.


어렵다고 마음의 문을 닫을 수는 없었다. 먼저 다가가지 못하면 소통을 할 수 없어 나만의 판단이 더해질 수밖에 없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생각에 상대를 오해하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상대를 오해하고 싶지 않았고 그들 모두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직접 대화를 하지 못해 생긴 결과라는 걸 알았다.




생각 끝에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진심 어린 마음으로 다가가자'라는 생각에 다다랐다. 시도가 어렵지 막상 해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었다. 상대를 알고자 하는 궁금한 마음과 진심 어린 마음으로 다가가면 상대도 그 마음을 느끼게 되어있다. 사랑은 일방적으로 주는 것이 아닌, 주고받는 것기 때문이다.


상대의 말속에 있는 상대의 욕구와 느낌에 집중하면,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 금방 떠오른다. 관계가 어렵다고 피하기만 한다면 나의 진짜 마음을 전할 기회도 없다. 그 마음을 전할 기회는 자신이 만드는 것이다.


글을 쓰는 것 또한 소통의 과정이다. 소통의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겐 다가가는 연습이 될 수 있다. 직접적으로 내 마음을 말할 수 있는 연습이 된다. 글을 쓰고 난 이후로 어렵게 느껴졌던 상대와 이야기를 나누고 먼저 전화를 걸 수 있게 됐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한 해 한 해가 지나갈수록 시간의 소중함을 느낀다. 소중함 속엔 너와 내가 있으므로 더 머뭇거리고 주저하기엔 지나가는 시간이 너무나도 아깝다.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 동안 많이 사랑하고 많이 안아주자. 너에게도 나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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