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소중함은 내면을 단단하게 한다
한 병에 만원이 넘는 가격이었으니 외벌이인 우리로서는 쉽게 넘볼 수 없었다. 그 돈이면 과일 한 봉지를 살 수 있었다. 천장에 달린 굴비처럼 군침만 흘리고 있다 오늘은 결심을 하고 들기름 한 병을 사 갖고 돌아왔다. 돌아오면서 들기름을 프라이팬에 둘러 두부를 구울 생각에 신이 났다.
집에 돌아가기 위해 신호등 앞에서 파란불이 되기를 기다리다 이불 파는 곳을 보았다. 거실 바닥에 깔아 두었던 이불이 해지고 더러워져 이참에 바꿔볼 생각이었다. 다행히도 가격이 저렴했다. 나는 이불 두 장을 넣은 봉지를 유모차에 걸었다.
거실에 깨끗한 이불을 깐 모습을 상상하니 벌써부터 설레었다. 모처럼 일상이 가벼웠고 산뜻했다.
작지만 소중한 일상의 변화
인터넷을 켜면 세상엔 온갖 어지럽고 복잡한 일들이 많다. 잡다한 이야기들은 결코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또 피할 수 없는 호기심이 일었다. 여러 기사들을 보다 이제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어 보던 창을 닫고 브런치로 들어간다.
삶을 살아가게 하는 데는 소소하지만 다채로운 변화가 힘이 되곤 한다. 나답지 못하게 하는 여러 상황들과 말속에 나를 가두다 보면 눈물이 마를 날이 없다. 나를 탓하고 또 탓해보아도 견딜 수 없는 아픔들이 상처가 되어 없어지질 않는다.
글쓰기는 나에게 다채로운 일상을 선물해 주었다. 글을 더 잘 쓰기 위해 여러 책들을 읽으면서 다채로운 생각을 하게 되었다. 생각은 또 다른 생각을 몰고 와 하나의 글을 완성시켰다. 짜릿했고 뿌듯했다. 때론 피곤하고 힘이 들 때도 있지만 글쓰기는 나에게 또 다른 힘이 되어 주었다. 내 삶을 역동적이고 기쁘게 만들어 주었다.
나를 슬프게 하는 상황들에서 허우적대거나 넘어지지 않고 꼿꼿하게 서 있을 수 있었다.
일상의 소중함은 내면을 단단하게 한다
사람은 개별적인 존재이므로 독립심을 길러야 한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적당히 관계나 상황에서 물러나 '나'로서 존재할 수 있어야 한다. 쉽게 좌절하거나 마음의 상처에 질질 끌려다니지 않기 위해서는 나의 중심을 단단하게 만들어야 한다.
내면을 단단하게 하는 힘은 소소하지만 다채로운 일상에서 나온다. 작지만 소중한 일상 속에서 느끼는 소소한 행복의 감정들이 모여서 하루를, 한 달을, 일 년을 살게 한다. 원하는 것을 하지 못하는 것에서 오는 허무함과 공허함은 '나'를 돌아보게 하지 못한다. 모든 것에 탓을 하게 된다.
나를 살게 하는 데는 '소중함'의 힘이 있다. 지금을 소중하게 여기라는 말이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이고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지만 직접 경험해 보고 느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감정이다.
소중함은 때로 일상의 반복에서 오는 지루함과 불평불만에 잊히기 마련이다.
책상 밑에 숨어있는 작지만 소중한, 둘째 아이만의 공간이다. 이 공간은 시시때때로 모습이 바뀐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꾸며진 이 공간은 누구도 침범하지 못한다. 책상과 연결된 책장 맨 아래칸은 둘째 아이만의 보물창고이자 전시관이다.
아이는 자신만의 공간에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들을 진열하면서 위로를 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온전히 받지 못한 사랑과 칭찬으로 상처받은 마음을 자신만의 공간에서 회복을 하는지도. 아이의 창조성과 개성은 이렇게 아이만의 고유한 생각에서 발현된다.
짓밟히지 않은 고유한 자신만의 생각으로 자신만의 세상을 만든다. 나는 기꺼이 아이의 창조성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아이만의 소중함을 지켜줄 것이다. 아이는 그 힘으로 씩씩하게 세상을 살아나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작지만 소중한 일상은, 결코 초라하지 않다. 언젠가 당신을 빛나게 해 줄 선물로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