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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의 달팽이 May 20. 2023

꿈보다 직업보다 존중과 자율성을 가르쳐 주기를

'나'라는 한 사람을 알아가는 것이 행복의 시작이다

둘째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어 공개수업을 들으러 갔다. 공개 수업의 주제는 꿈이었다. 선생님은 직업 이름을 맞출 수 있는 퀴즈를 준비하셨다. 선생님이 직업에 대한 설명을 하면 아이들은 직업의 이름을 맞추는 것이었다. 선생님은 퀴즈가 끝나고 자신의 꿈을 적고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활동지를 나누어 주셨다. 그리곤 한명씩 나와 자신의 꿈은 무엇인지 발표를 하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꿈은 직업을 갖는 것이고, 직업을 갖는 것이 꿈이 될 수 있을까? 직업의 이름과 그 직업이 하는 일을 아는 것은 곧, 직업인이 되어야 한다고 가르치는 것일까? 자율적인 발표가 아닌 강제적 발표로 아이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직업 중 하나를 택해 앞에 나와 마이크에 대고 "나의 꿈은 00입니다."라고 말하고 들어갔다.


하고 싶은 사람,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을 구별하지도 않은 채 보여주기 식으로 꾸민 수업이었다. 수줍음이 많은 아이들은 뭐라고 하는지 들리지 않아 선생님이 대신 말씀해 주셨다. 우리 아이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들의 생각을 존중하는 것이 느껴지지 않아 속상했다. 사람이 아닌, 사회의 부품을 만들어내는 주입식 수업의 일부였다. 나는 발표하는 수업이 영 못마땅했다.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수업을 기대했지만 아이들은 기계적으로 선생님이 알려주는 대로 임하고 있었다.


이런 공간과 이런 수업에서 아이들은 과연 행복하고 건강한 미래를 꿈꿀 수 있을까? 직업이름을 맞추는 것 말고 건강하고 행복한 사람에 대한 정의부터 가르치면 어떨까. 사람은 직업인 이기 전에 사람이기 때문이다. 자신을 직업인으로 규정 짓는 것은 너무나 슬픈 일이다. 고유한 '나'로서의 존재가치에 대한 내용이 드러나지 않았다.


내가 배웠던 20년 전의 내용이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새로움이라곤 전혀 없는, 창의적이지 않은 수업이었다. 선생님도 그런 주입식 교육을 받고 자란 기성세대 이기에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수업을 구성하는 것 자체에 한계가 있을 것이다. 지식교육이 주를 이루고 있는 학교의 현실을 다시 확인하게 되어서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선생님은 입학식날 교실에서 자신을 소개할 때, 할아버지가 지어주신 귀한 이름을 가진 사람이라고 했다. 그런데 공개수업을 통해 본 현실에선 존재의 귀함과 소중함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직업과 지식을 가르칠 뿐이었다. 공교육은 예나 지금이나 변한것이 없다고 증명해내는 자리인 듯 했다. 내 아이가 앞에 나와 발표를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발표의 유무와 꿈의 크기로 내 아이가 잘남을 확인자리가 아니다. 개개인의 고유함을 발견하고 자율성을 존중해주는 수업을 기대했지만, 나만의 생각과 욕구일 뿐 기대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교육의 질은 제자리였다.




'나'라는 한 사람을 알아가는 것은 정체성을 깨달아가는 귀한 과정이다. 자아가 형성되어 가는 중요한 시기에 아이들은 여전히 일렬로 앉아, 학생의 일부라는 것을 증명해주었다. 나 역시도 있는 듯 없는 듯 학생들 사이에 앉아 학창시절을 보냈다.


글을 쓰다보니 '나'라는 한 사람이 왜 중요한 것인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글을 계속 써 나가기 위해서는 '나'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생각을 가진 사람인지 확인을 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글 속에 사람들에게 전해주고픈 나만의 메시지가 담겨야 했기 때문이다.


나를 알아가는 것과 나를 사랑하는 것은 이기적인 것과 별개의 문제다. 단순히 나의 취향을 알아가는 것도 아니다. 나의 가치관과 마음가짐이 명확하지 않으면 가정이나 사회에서 늘 흔들리기 마련이다. 나를 뒤흔드는 유들이 도처에 깔려 있다.


내 마음에 '나'라는 한 사람이 굳건히 서있지 않으면,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상처를 입어 관계가 깨지고 신뢰가 깨어지고 만다. 일로 사람을 만나도 일로 사람을 대할 수 없다. 아무 뜻 없이 던진 말 한마디에, 나 자신의 가치가 무너짐을 느끼기도 한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나가기엔 내 마음을 흔드는 요소들이 너무나 많다. 약한 마음으로는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며 살아갈 수 없다. 하다 포기 하고 또 하다 포기하고...


김주환 교수의 내면소통이란 책에 의하면, 어떤 분야에서든 높은 성취를 이뤄내는 사람들은 끈기, 집념, 동기, 회복탄력성, 열정, 집중력 등의 비인지능력 수준이 높다고 한다. 자신이 사랑하는 분야에서 자신이 원하는 성취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 할 능력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것, 바로 욕구가 있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뤄가면서 마음이 건강해지고 행복해 진다. 나는 오늘도 글을 쓰며 다시 한 번 나는 누구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 사람인지 들여다 보았다. 누가 뭐래도 흔들리지 않고 나의 길을 가겠다는 다짐을 하였다.




그림출처 : 스튜디오 지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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