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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의 달팽이 Jun 28. 2023

중요한 건 진심

미움과 비난, 판단을 걷어내면 보이는 것들

가끔 방송에서 가수들에게 음원 수익에 대해 묻는 것을 보게 된다. 구체적으로 음원 수입이 이렇다라고 알려주지는 않지만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금액대일 것이다. 가수라는 직업은 재능과 노력으로 일궈낸 그들의 업이고, 업으로 수익을 얻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그들의 노래에 대한 진심이 돈에 묻히는 건 아닐까 싶어 안타깝다.


가수도 사람이니 자신이 부르는 노래가 와닿지  않을 때도 있을 것이다. 진심일 때도 있지만 일로서 다가갈 때도 있을 것이다. 일반 직장인들은 일과 삶을 분리해내려고 하지만 이들에겐 예외인 것 같다. 직업이지만 일로서만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 팬들을 향한 마음과 노래를 향한 진심이 그들의 삶이길 바란다. 거짓이 아니길 바라는 것이다.


거짓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은 상대방의 나에 대한 마음이 계산적이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나는 늘 상대에게 진심이고 싶지만 상대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관계에서 많은 상처를 받았다. 실제 가족관계는 아니지만 친한 언니 동생 사이 혹은, 친한 친구 사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상대를 향한 진심에는 사랑받고 싶은, 내 이야기를 온전히 들어주고 공감해 주길 바라는 욕구가 숨어있었다. 그 욕구로 인해 상대에게 잘해주고 챙겨주었던 것이다. 하지만 상대에겐 가깝게 지낼 마음이 없었고, 나에 대한 일말의 기대도 없었다. 그러니 내가 자신에게 무엇을 주든 어떤 따뜻한 말을 건네든 감동이랄 것도 없었을 것이다.


그동안은 관계에 무조건 진심이 담겨있다 생각했는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 관계를 맺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더 이상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수 없었다. 원래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계산적'이다라는 나만의 판단으로 어쩔 수 없이 혼자임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상대방이 나를 계산적으로 대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속으로 그 사람을 미워하고 비난하기도 했었다. 계산적이다라는 생각을 하니 그 사람이 미워졌고, 그 생각으로 인해 마음이 불편했다. 나에게 부정적 기운이 감도는 느낌이 들어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왜 그 생각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었는지 생각을 곱씹어 보았다.


계속해서 생각을 곱씹어 보니, 그 사람 혹은 그 사람의 행동이 나를 화나게 한 것이 아니라 누구를 비난하고 분석하고 판단하는 생각이 나를 화나게 했던 것이다. 그 사람에겐 나를 화나게 할 의도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나는 그 사람으로 인해 화난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숨은 욕구를 알지 못하고 원하는 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아 마음이 불편했던 것이다.


가족들에게 받지 못한 온전한 사랑을 다른 사람에게서 받기를 원했고, 친분이 생기면 나도 모르게 가족같이 서로를 챙겨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되었다. 상대에 대한 내 마음이 진심이라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사랑받고 싶어 상대를 챙겨주었던 것이다. 사랑받을 거란 기대가 있었기 때문에 나의 기대와는 다른 행동을 보여도 그 사람의 마음을 부정하려 했다.

 

시간이 흘러 상대방이 나와 관계를 맺었던 이유가 자신의 필요에 의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나는 실망을 감출 수 없었다. 기대가 큰 만큼 불만도 커져 결국 그 관계를 끊어내게 되었다. 지나가다 만나면 인사만 건넬 뿐 그 이상의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난 언제나 준비가 되어있다. 언제든 상대가 나의 위로가 필요하다면 기꺼이 이야기를 들어줄 것이고 진심으로 상대의 마음에 함께 해 줄 것이다. 나의 이익에 따라 관계를 맺고 싶지 않다. 상대가 나에게 짐이 될 것 같아 멀리하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 사람에게 어떤 기대를 갖지 않고 그저 그 사람을 한 사람으로 바라볼 것이다.


상대가 하는 말이나 행동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니 미운 마음, 판단하는 마음이 걷어짐을 느낄 수 있었다. 상대에게 나를 미 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자신도 원하는 것이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했던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상대와 가까워지기 위해 억지로 애쓰지 않고 내 마음과 내 욕구에 집중하려 노력할 것이다.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에도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상대의 행동으로 마음이 동요(자극)되는 것은 맞지만, 그 사람의 행동이 결코 나를 화나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면 마음이 다칠 이유가 없다. 그 속엔 상대에게 기대 위로받고 온전히 이해받길 바라는 욕구가 숨어 있었다.


위로와 공감을 받길 원하지만 늘 관계에서 그 욕구를 해소시킬 수만은 없다. 내가 바라는 일보다 바라지 않았던 일들이 더 많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럴 때마다 미워하고 분노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스스로 분노를 조절하고 마음을 정리할 수 있어야 한다.


관계를 맺길 원하는 것보다 사랑을 받길 원하는 욕구가 더 크다면 내가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었던 것을 하면서 누군가의 인정이 없어도 스스로를 위로하고 힘을 낼 수 있다. 물론 관계를 피하거나 도망갈 수만은 없다. 이 세상에 살고있는 한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갈 수밖에 없고, 새로운 관계를 맺다 보면 또다시 그런 기대가 올라올지도 모른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마음을 다하고 진심을 다하는 것이다. 함께 하는 순간에 상대의 말에 진심으로 귀 기울여주고, 힘들 때 손을 내밀어 줄 것이다. 어떤 말을 할지 몰라도 그저 그 사람 옆에 있어주면서 그의 마음에 함께 아파해 주면 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혼자 잘 놀고 혼자 잘 마음을 추슬러도 누군가의 위로와 공감이 필요하다. 그럴 때 솔직하게 마음을 나눌 누군가가 있다면 참 좋을 것이다. 마음을 툭 터놓기에 상대에게 마음의 짐을 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도 있지만 언제 어떤 곳에서 진심으로 나를 생각해 줄 사람을 만날지 모른다.


그저 나는 묵묵히 나의 할 일을 하면서, 살아갈 것이다. 그 과정 속에서 언젠가 좋은 인연을 만날 수도 있을 것이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분명한 건 내 안에 진심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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