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만 존재하는 우리
당신은 글을 씀으로 충분히 반짝입니다.
얼굴도 이름도 모른 채 나누는 온라인상에서의 대화는 묘한 느낌을 준다. 글에 댓글을 달아준 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지만, 나는 글로만 존재하는 사람이라는 걸 인식하게 되는 순간 외로움인지 호기심인지 모를 알 수 없는 감정이 밀려온다. 직업적인 작가라면 글을 쓰는 일에 당연하다 여기고 일을 하기 위해 키보드를 두드리겠지만 '글' 자체에 의미를 두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나는 계속해서 써야만 하는 이유를 되새겨야만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좋은 소재를 찾아 글을 잘 쓰는 것이 목표였던 나는 글에 달리는 댓글을 보다 보니 문득 나는 '글로만 존재하는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분들에게서 느껴지는 고마움과 진정성을 단 몇 줄을 통해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새삼 신기했다.
가족 외에 직접적인 관계를 맺는 일이 드물다 보니 혼자라고 느껴질 때가 종종 있다. 그럴 때마다 글에 달린 하트나 가끔씩 늘어나는 구독자 수, 댓글이 위로가 되었다. 가족들과 지내다 보면 벽창호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소통의 어려움을 겪곤 하는데, 나를 모르는 브런치의 작가님들의 댓글은 온전히 나를 받아주고 수용해 주는 느낌이 들었다.
얼굴도 이름도 사는 곳도 아무것도 모르지만 오로지 글로서 만나고 나의 생각에 긍정을 해준다는 자체가 고마우면서도 왠지 모를 씁쓸함이 있었다. 내가 점점 글로 이야기하는 것이 편해지고, 실제로 대화를 나누는 일이 줄어드는 것 같아 아쉽기도 했다. 이렇게 글로서 내 마음을 전하는 일이 재미있고 편안하기도 하지만 때론 나의 존재가 유령?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글에 대한 직접적인 피드백을 받거나 글을 통해 일이 생기는 것이 아니어서 글이 사람들과의 직접적인 만남으로 이어질 일은 거의 없어 보였다. 하지만 나는 글을 통해 삶의 의미를 깨닫고 있었고 글로서 내가 존재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인생이 덧없고 헛헛한 것이라 느껴질 때마다 글은 내게 살아야 한다고 속삭여 주었다. 너의 삶은 타인의 것이 아니라 온전히 너의 것이니 타인의 행동이나 말에 너를 포기하지 말라고 따끔히 충고해 주었다.
다른 사람의 말이나 행동에 너의 삶이 좌지우지되지 않도록 너를 꽉 잡아 붙들어 매야 한다는 메시지가 들려왔다. 너는 글을 씀으로 마음이 단단해지고 다른 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해주었다. 많은 사람들이 쓸모가 없는 존재라 여겨질 때 자신을 포기하고 싶어 하는데, 그 누구도 쓸모없는 존재가 될 수 없고 살아야 할 이유와 사명이 있는 거라고.
결국 나에겐 글을 통한 사명이 있음을 깨달았다. 글을 잘 쓰기 위한 노력도 충분히 중요하지만, 나의 이야기가 다른 사람들에게 충분히 가치 있는 이야기가 되도록 애써야 한다. 수많은 글 중에 하나일 뿐인 존재가 아닌, 다이아몬드 같은 존재가 되어야 한다. 글이 반짝일 때 나도 반짝일 수 있고 글이 사랑받을 때 나 또한 사랑받는 거라는 걸 느꼈다.
쓸모 있는 사람, 가치 있는 사람을 만드는 것은 오로지 자신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람들의 평가로 나의 존재를 운운할 수 없다. 우리는 존재함으로 충분히 가치 있는 존재들이다. 살아 있음에 감사하고 더 좋은 삶을 살아내기 위해 애쓰다 보면 자연스레 행복이 찾아올 것이라 믿는다. 행복은 타인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나의 마음가짐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부정적인 말과 행동은 부정적인 분위기와 환경을 만들고 긍정적인 말과 행동은 긍정적인 환경을 만든다. 일상에서 나라는 사람이 늘 꼿꼿할 수만은 없기에 안 좋은 마음을 먹지 않도록 스스로를 단련해야 한다. 나의 육체가 사라진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이 아닐 거라고 나에게 주문을 걸어 본다. 살아있기에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거라고.
글이 있어 삶의 의미를 깨닫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얻는다. 지금의 내 모습도 충분히 멋지고 가치 있는 거라는 걸 글이 내게 알려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