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이 끝나고

by 조연지

푸른내 풍기는 깻잎은 희극에서 온다


뒷마당 텃밭 일구던 할머니

밭을 닮은 손으로 씨를 뿌렸다

나는 부드러운 흙의 무대 위에서

맨발로 박자를 부추기며 노래했다

봄이면 풍요를 기원하는 크레타섬 사람들처럼

파종 때마다 웃음으로 밭을 깨우고


장마 내내 집안으로 바람을 들였다

테잎으로 트로트를 배운 내가 흥얼거리면

할머니 치맛자락이 흔들렸다

텃밭으로 가지 말고 이쪽으로 오라고

우리들의 여름은 비와 해에 흠뻑 젖었다


손바닥만 한 이파리 바구니에 옮길 때

할머니와 내가 낳은 것이라고

부숭숭 돋은 잔털이 마음을 간질였다


식탁 위 초록이 그 시절을 상영한다

당신 손은 고귀하고

그날의 연극은 우리만의 것이라고


나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

창작의 텃밭을 밟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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