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아이보리

by 조연지

땅속처럼 축축하고 깊고 어둡고 냄새나고 까슬까슬 조금 추웠다

나중의 사람들이 온다


뭐든 약간 낡은 상태가 좋다

아끼느라 조심할 필요가 없으니까

아깝지 않은 생을 살고 싶다 말하며

나동그라진 개밥그릇을 쳐다봤다

개는 왜 누구의 것일까


타르트 가게에서 생각이 났다

바닥이 부서졌지 분명 그랬었지

목구멍 뒤로 많은 것이 떨어지고 있었다

사람 동물 사물 사건 이 부스러기들…


공원에서 호두알 굴리는 할아버지를 보았다

저것은 굴릴수록 매끈해진다

낡아간다는 것이다


내 말이,

아이스크림을 먹듯 녹을까 봐 조마조마하지 않겠다는 거지

뚜껑을 연 것처럼 환한 빛이 들었다

스푼으로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퍼 먹는 동안

알 수 없는 곳이 간지러웠다


나는 나의 것 나는 나의 것

알고 있어도 실천하기 어려운 일 같은 것

사랑하기 용서하기 같은 일


부서졌거나 사라졌거나 그런 건

이제 중요하지 않은지도 몰랐다

하수구 아래로 꽁초를 버리는 사람들을 보며

목구멍이 화끈거렸다


여기도 사람 있어요

바닥에서 소리가 들렸다

사람 동물 사물 사건 이 부스러기들…

낡은 건물 앞은 신축공사로 시끄럽다


험하게 낡지 않기를

우리는 차가운 것을 퍼 먹으며

목덜미를 긁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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