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의 탄생

by 조연지

눈을 뜨자 어둠이 있었다

몸의 시작과 끝을 분간할 수 없었다


몸에서 떨어진 부스러기를 모으는 것이

나를 증명하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나는 벌레가 되거나 조각가가 되거나 신이거나 무엇이든 될 수 있고


아무도 없었다

아주 오래


지어 만든 창문으로 빛이 들었다

몸에 닿는 바람이 나를 증명했다


이곳과 저곳이

시작과 끝이

생겨났다


눈을 뜨자 어둠이었다

나는 상실의 벽 아래서

부스러기를 긁어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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