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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유나 Mar 06. 2023

목장

길들여지고 싶었다

내가 잘하면 머리를 쓰다듬도록

길들여졌다

예쁨 받았다


하루는 발에 가시가 박혔다

가시를 빼내면서

다림질한 옷이 구겨졌다

시큼한 병원 냄새가 뱄다


시장에는 들어가지 않고

시장 입구를 지나다

염소탕 집을 목격했다

염소의 집이 아니고


염소들은 추우면 서로 모여 잔다

제일 밑에 하나 둘 깔리는 줄도 모르고

아침이면 끼어 죽은 염소를 끌어내려고

아버지는 울타리를 넘었다


사고는 고요해지고

가볍게 흩어진다

내젓는 손 위로


심판자가 있다

냄새 주름 절뚝거리는 걸음

너는 비켜가도록 배운 것들을 위반하였다


나는 집 앞에서 옷을 갈아입는다

이 담장만이 나를 불쌍히 여긴다


폐쇄된 목장을 지나

아버지 성전으로 들어간다


이거 보름 동안 삼십 마리 넘게 죽었는데, 응?

응 염소들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나는 이제 몰라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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