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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유나 Feb 28. 2023

본디

벌레를 잡았다

죽이려던 건 아니었는데


벌레

나란히 앉아 피아노 치는 교실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돌아오는 골목

허문 담 옆 옥수수밭

작은 집이 딸린 슈퍼

거스름돈을 더 주는 할아버지

다른 세계처럼 보이는 연립 입구

마당 위로 쏟아지는 송충이

죽었다


침묵


침묵이 나빠?


죽이려던 건 아니었는데


세계는 가지런히 죽는다

고요한 소음


죽은 이들의 무덤 위로

(무덤 하나 없을지도 모르지)

그 위로

건물 그림자가 쏟아진다


나는 아직 살아있는 것 같아

망할, 부끄럽게도

다 밟고 서 있어

부끄럽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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