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를 잡았다
죽이려던 건 아니었는데
벌레
나란히 앉아 피아노 치는 교실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돌아오는 골목
허문 담 옆 옥수수밭
작은 집이 딸린 슈퍼
거스름돈을 더 주는 할아버지
다른 세계처럼 보이는 연립 입구
마당 위로 쏟아지는 송충이
죽었다
침묵
침묵이 나빠?
죽이려던 건 아니었는데
세계는 가지런히 죽는다
고요한 소음
죽은 이들의 무덤 위로
(무덤 하나 없을지도 모르지)
그 위로
건물 그림자가 쏟아진다
나는 아직 살아있는 것 같아
망할, 부끄럽게도
다 밟고 서 있어
부끄럽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