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집

집에는 고양이가 있어요

by 조연지

아직도 눈이 오네요

아까보단 천천히


당신은 눈더미를 폴짝 뛰어 넘고

나는 당신이 넘어간 자리를 밟아본다


우리가 눈 사이를 부유하는 동안

바깥 사물들은 흰 모자를 쓴다

나는 점점 따뜻해지는데


유진씨 눈이 아몬드처럼 생겼어요

눈을 만들어준 사람들을 생각한다

나를 낳아준 사람들을

담배를 피우다가 부재중 목록을 보다가 빨래를 하다가 고양이 밥 주다가…

생각해?


어느 순간 위아래를 짝짝이로 입게 되는 잠옷처럼

이상한 습관이다

피하는 대신에 밟고 가는 사람이 될까봐


나는

(위험하지 않다)

위험하지 않아요


당신에게 소원을 말해본 것이다

비밀을 털어놓은 것이다

여기가 제 집이에요


다 왔다고 생각했을 때

당신은 나를 두드린다

문을 열자


늘어진 배가 가여운 고양이

아몬드 같은 눈을 하고

죄 지은 기분이 들게 해

나는 너에게서 태어난 적 없는데


현관 앞 두 사람을 본다

나는 당신을 서둘러 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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