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눈이 오네요
아까보단 천천히
당신은 눈더미를 폴짝 뛰어 넘고
나는 당신이 넘어간 자리를 밟아본다
우리가 눈 사이를 부유하는 동안
바깥 사물들은 흰 모자를 쓴다
나는 점점 따뜻해지는데
유진씨 눈이 아몬드처럼 생겼어요
눈을 만들어준 사람들을 생각한다
나를 낳아준 사람들을
담배를 피우다가 부재중 목록을 보다가 빨래를 하다가 고양이 밥 주다가…
생각해?
어느 순간 위아래를 짝짝이로 입게 되는 잠옷처럼
이상한 습관이다
피하는 대신에 밟고 가는 사람이 될까봐
나는
(위험하지 않다)
위험하지 않아요
당신에게 소원을 말해본 것이다
비밀을 털어놓은 것이다
여기가 제 집이에요
다 왔다고 생각했을 때
당신은 나를 두드린다
문을 열자
늘어진 배가 가여운 고양이
아몬드 같은 눈을 하고
죄 지은 기분이 들게 해
나는 너에게서 태어난 적 없는데
현관 앞 두 사람을 본다
나는 당신을 서둘러 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