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집

trick or treat

by 조연지

두드리는 사람이 있으니까 화장을 했어

벗겨지거나 찢어질 옷이지만 차려 입는 것처럼

누가 들어오면 나는 사탕 뿌릴 준비가 돼 있었어


내가 두드리면 말을 던져줄래?

나는 이야기를 좋아하거든

그럼 우린 필요한 사람이 된 게 기뻐서

서로에게 더 뿌리고 던지고 쏟아냈지

팔이고 다리고 손가락이고 다 빠질 것처럼


뿔뿔이 흩어진 걸 찾으면 정신이 돌아온단다

난 고상한 사람이기도 하거든


고기를 먹지 않기 위해서는

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미리 말해야 해

먹는 게 나쁘다곤 안 했는데

고기 잘 뜯어먹게 생긴 애가 어찌 그러냐고 묻기도 하지

틀리게 해석하는 건 없지만 나쁘게 해석하는 건 있으니까


살면서 거기까지 갈 수도 없으면서

거기 사람들을 따라했다


엄마, 거기 가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데?

거기까지 올라가려면 몇 번 대주면 돼?

그런 건 어디서 배웠니

고상함을 뿌리치면 지는 거야

물어보면 지는 거야

둘이서 하는 일은 둘이 하고

셋이서 아는 일은 셋이서만 알아야지


근데, 근데도 난 거기 못 갔다

영어는 배웠어도 돈이 없으니까

우리 같은 사람들은 멀리 못 가

떡집 여자는 가게나 봐야지

나보고 청렴결백하게 살래


웃긴게 뭔 줄 알아?

지금도 두드리면 나가잖아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좀비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