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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유나 Mar 09. 2023

전도

보자기 아래서

빵들이 온기를 갖추고 있다

버스를 타지 않았다


쓰레기장을 지나

(쓰레기가 있다)


수녀원을 지나

(울타리 안에 아무도 안 보인다)


공원을 지난다

(줍지 않은 개똥이 있다)


오랫동안 냄새가 배지 않도록

몸가짐을 조심했다

발길을 조심했다

소문을 조심했다


네가 그럴 리 없지

나는 그 말을 벗었다


나를 기다리는 사람이 없다

이 빵의 주인이 없듯


반겨주는 사람이 있다

갑자기 나타난 빵을

받아드는 사람들처럼


비스듬히 볕을 받는 건물

노랗게 익어가고

사람들이 녹아 흐른다

역전이 부풀어 오른다


냄새를 뒤집어쓰게 하소서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고

아무것도 지킬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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