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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유나 Jan 17. 2024

인간놀이

너는 나를 흉내 낸다

아직 나를 사랑한다고 한다

그런 건 사랑이 아니야


너는 너를 사랑하고

우린 모두 행복해지고 싶다


스물일곱이 보낸 편지를

스물일곱에 다시 읽어보았다

시간에 따라 달리 독해되는 글자들이 있단 게

아직도 믿기지 않아


10리터짜리 재활용봉투 하나를 가득 채우자

사랑이 제법 쓰레기처럼 보인다

나를 돌볼 용기가 생겼다


내다버려도 몸 안을 떠돈다

가리는 게 없어서 아무거나 집어먹었더니

몸속에서 제멋대로 떠들고 앉아 있다

사랑의 부산물은 동력이 되고


그렇다면 필연적인 거구나


너희들이 자는 동안 몰래 울었다,

엄마는 십 년도 더 된 일을 서럽게 얘기하고

체한 사람처럼 불안해 보인다

내게도 엄마가 있다는 사실이 낯설다


청승맞은 사람은 되지 말아야지 했는데

인간을 사랑하기로 했다

부끄럽지만

인간을 사랑해 왔어요


믿기지 않는 일이지

믿기지 않는 게 너무 많아서

사는 게 가짜 같아


엄마는

개종 이후 기도드리러 절에 다닌다

엄마의 믿음은 기도이고

엄마의 사랑도 기도이고

불안을 조금씩 소화시킨 얼굴이다


미래를 기약하는 건 인간만이 하는 짓

모래에 글자를 적는 건 인간만이 하는 짓


파도가 훑을 때마다 모래는 새로 태어나

물 닿은 자리는 금세 마르고


믿고 싶어서

소원을 비는

사람 손을 잡는다


이게 다 가짜라면

도대체 무엇이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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