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나를 흉내 낸다
아직 나를 사랑한다고 한다
그런 건 사랑이 아니야
너는 너를 사랑하고
우린 모두 행복해지고 싶다
스물일곱이 보낸 편지를
스물일곱에 다시 읽어보았다
시간에 따라 달리 독해되는 글자들이 있단 게
아직도 믿기지 않아
10리터짜리 재활용봉투 하나를 가득 채우자
사랑이 제법 쓰레기처럼 보인다
나를 돌볼 용기가 생겼다
내다버려도 몸 안을 떠돈다
가리는 게 없어서 아무거나 집어먹었더니
몸속에서 제멋대로 떠들고 앉아 있다
사랑의 부산물은 동력이 되고
그렇다면 필연적인 거구나
너희들이 자는 동안 몰래 울었다,
엄마는 십 년도 더 된 일을 서럽게 얘기하고
체한 사람처럼 불안해 보인다
내게도 엄마가 있다는 사실이 낯설다
청승맞은 사람은 되지 말아야지 했는데
인간을 사랑하기로 했다
부끄럽지만
인간을 사랑해 왔어요
믿기지 않는 일이지
믿기지 않는 게 너무 많아서
사는 게 가짜 같아
엄마는
개종 이후 기도드리러 절에 다닌다
엄마의 믿음은 기도이고
엄마의 사랑도 기도이고
불안을 조금씩 소화시킨 얼굴이다
미래를 기약하는 건 인간만이 하는 짓
모래에 글자를 적는 건 인간만이 하는 짓
파도가 훑을 때마다 모래는 새로 태어나
물 닿은 자리는 금세 마르고
믿고 싶어서
소원을 비는
사람 손을 잡는다
이게 다 가짜라면
도대체 무엇이 남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