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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유나 Jul 12. 2024

장마 노래

무거운 바람이 들어온다

장마철엔 고양이도 납작해진다

고양이 밥그릇을 자주 확인하고

나는 유통기한이 긴 음식을 먹는다


우산을 쓰고 가는 사람과

비를 쓰고 가는 사람이 있다

나는 지붕 아래 서 있는 사람


처마 끝에 고이는 빗방울이 풍선처럼 부푼다

참지 못할 눈물만큼 그렁그렁 자라서

나는 얼른 흥얼거린다

빗방울은 바람에 몸이 잘리고


쏟아지는 몸에게만 들리는 진혼곡

나무들 어깨가 나란히 떨린다

새들은 어디서 숨죽이고 있을까


비를 쓰고 가던 사람이 멀리

납작해졌다

우산을 쓰고 가던 사람도

눅눅해졌다


들리지 않지만

모두 흥얼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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