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시집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유나 Jul 14. 2024

8년 후

그 나이가 되도록 글 쓰러 다니는 너를 한심하게 생각했어 미안해

너는 아직 출근하듯 외출할까

너무 오래된 얘기다

월요일은 도서관 휴무일이야

카페 한구석을 빌리러 가

난 이제 그 나이보다 나이가 많아


버스 지하철 거리 위, 떠들썩한 졸음

잠을 떼어서 갚는 중이야?


나만 연체되는 기분이야

어쩌면 잃어버려서 반납할 수 없는 책인지도 몰라

여긴 조금 춥고

이젠 책을 사도 모서리를 접지 않아

이젠 꼭 그렇게 해야겠어? 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웃어줄 수 있어


선생님은 절박해야 한다고 했는데

결국 누가 더 절박한지 겨루는 거더라

절박해야 할 때 절박하기 싫고 그러면 안 되는 일에 절박했어

희한해, 희한하고

좀 짜증나

소바를 꼭 돈까스 집에서 파는 것처럼


나 그때 네가 하는 말 하나도 못 알아 들었어

네가 쓴 글도 도대체 무슨 소린지

너도 그랬을까?


아직 내 것은 하나도 없는데

어떤 사람이 내 말을 다 알아들으면

신기하다

나한텐 그게 다야

그게 전부야


그리고 가끔은

내 시에서 와사비 맛이 났으면 좋겠어

코가 찡하거나

얼굴을 찌푸리거나

마지막엔 웃어넘기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장마 노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