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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Sep 06. 2022

그림에 소질 있다, 얘~

정말 소질이 있는지는 모르겠다만

파티를 마치고 남은 풍선을 튕기며 놀다 지루해진 우리는 매직을 꺼내 들었다. 스케치북이 아닌 미끄덩하고 가벼운 풍선에 그림을 그려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일 것 같아서다.


먼저 내가 시범을 보여주니 딸아이는 곧잘 따라 그리기 시작했다. 엄마, 내가 그려줄게, 하며 시작한 동그라미, 세모, 직선 등이 모여 얼추 사람의 모양이 되었다. 손, 발, 그리고 얼굴에 또렷한 표정까지 제법 만족스러운지 이것 좀 보라며 이미 방방 뛰고 있다.


이튿날 엄마에게 찍어 보내니 엄마는 웃으며 당장에 그림에 소질 있다며 좋아한다. 다섯 살 짜리는 어느 정도로 그리는지 잘 알지 못하는 나는, 소질 있다는 말이 좋기도 하지만 '손녀 프리미엄' 붙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어쨌거나 내 보기에도 잘 그리는 듯하니 뿌듯한 기분은 덤이다.


수많은 재능 중에 '그리'고 '부르는' 재능을 갖길 바랐다. 나야 잘하는 게 딱히 없는 평범한 삶을 살았으나 그림에 욕심이 있고 글에 욕심이 있어 늘 그쪽을 바라고 사니, 내 아이만큼은 예술적 재능이 있길 바라며 태교도 그런 쪽으로만 찾아서 했다. 그리기, 종이접기, 바느질, 그리고 책 읽기 같은 것들로.


그래서일까. 놀이라는 게 가능한 나이에는 주로 그리기와 관련된 물건들만 가득 사서 집에 흩뿌려 놓곤 했다. 가지 못한 길을 가게 하고 싶은 어리석은 엄마의 마지막 몸부림이랄까.


처음엔 알 수 없는 것을 그리던 녀석도 요새는 유치원 다니며 조금씩 보고 배우며 나아지는 것인지 제법 뭔가를 그려온다. 자동차, 비행기, 사람, 나비, 꽃 같은 것들 말이다. 사랑을 담뿍 담아 구체적이고 자세한 칭찬을 해주면 어깨가 으쓱해 더 그려보는 모습이 대견하고 예쁘다.


무언가를 순수하게 좋아할 수 있는 시절이 아름답다.

평가를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이 기특하다.

주눅 들지 않는 자세가, 사랑스럽다.


소질이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고, 나중에 예술 쪽으로 가게 될지도 모르겠고, 그저 지금은 이 모습 그대로만 잘 자라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왕 할 거면 남들보다 잘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아이의 순수함을 흐리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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