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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Mar 15. 2023

미안해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

남편의 복직으로 많은 것이 바뀌었다.


오롯이 등원을 담당하게 된 나의 출근시간에 맞춰 이이의 등원시간이 대략 30분 정도 당겨진 것. 6시 반 정도에 일어나서 밥 먹고 준비하다가 7시 50분이 되면 집을 나선다. 킥보드를 타고 쌩쌩 달리면 8시쯤 유치원에 도착. 단연코 1등이다.


빈틈없이 꽉 들어찬 스케줄에서 하나라도 삐끗하면 모든 게 다 틀어진다. 매일 아침 살얼음을 걷는 느낌이다. 어른도 힘든 스케줄인데도 한 번 짜증을 내지 않고 3주째 잘 버텨주는 아이가 고마워 하원 후엔 자주 간식을 주곤 했다. 달달한 과자가 안 좋은 것은 알지만, 아침 6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잘 버티고 즐겁게 놀아준 녀석에게 고마워서다.


오늘은 목욕 후에 색칠놀이를 하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데 내일은 좀 늦게 유치원에 가고 싶단다. 그럴 수 없는 이유를 아무리 설명해도 아직 그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를 보는 마음이 짠하다. 눕자마자 잠드는 아이 곁에서 속상한 마음을 담아 글을 적는다.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를 삼키며

괜스레 등 한 번 토닥이며

머리카락 한 번 쓰다듬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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