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너무 한 것 아니냐
거두절미하고 세 번째 확진이 되었다.
남들은 안 걸리고도 잘 지나간다는 코로나를 나는 무려 세 번.
첫 번째는 아이로부터
두 번째는 직장으로부터
세 번째는?
전혀 모르겠다. 어디서부터 시작되어 결국 내 몸으로 안착한 것인지 나는 모르겠다.
그저 며칠 전부터 목감기처럼 목이 조금 아팠고 평소보다 밭은, 그리고 잦은 기침을 했고, 콧물이 조금 났을 정도였다.
이 정도는 자주 잔병치레를 하던 사람이라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웬 걸.
함께 점심을 먹은 직장 동료의 확진 소식을 듣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해본 키트에서 희미하게 두줄이 보이는 순간, 머릿속으로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제발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에 찾아간 병원에서 누가 봐도 너무나 선명한 두 줄을 확인하고서야 연락을 취해야만 하는 곳에 전부 소식을 전했다. 죄송합니다, 확진이네요. 정말 죄송해요..
어찌 보면 죄송할 일이 아닌 것을 (어쩔 수 없는 것을) 죄송하다고 표현한 이유는
내가 몸 담고 있는 곳이 나를 대체할 사람을 구하는 것이 무척 힘든 곳이기 때문이다. 시기도, 기간도. 상황도. 게다가 5월은 아이가 아파서 자주 빠져 더욱 미안한 마음.
그리하여 나는, 지금 격리 1일 차이다.
자꾸 올라오는 기침에 어찌할 도리 없이 한 숨 자다가 일어나서 급하게 처리해야 하는 일을 처리하고, 이렇게 하루를 정리한다.
너무하다 싶다.
어떻게 한 사람이 세 번의 확진을 겪을 수 있나.
생각하다가 문득 내가 그렇게 면역이 떨어졌나 싶은 생각까지 든다. 사실 이제는 거의 노마스크가 많은데 부득불 마스크를 끼고 다닌 내가 이렇게 확진이 되었다면 마스크의 유무를 떠나 그냥 내 몸 자체가 너무나 약해져서 인 게 아닐까 싶다.
멀리 사는 막내딸이 또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흑염소를 먹으라고 난리고
평소엔 조용하던 카톡 알림도 지잉, 지잉 바쁘다. 괜찮으세요? 걱정 마세요. 저희가 알아서 다 잘해볼게요.
아플 때에는 그저 모든 게 감사하고, 또 죄송하고 그렇다.
30일에 복귀하는 날엔
함께 일하는 분들, 그리고 신경 써 준 분들께 마음을 전하는 무언가라도 준비해야겠다.
그전에 일단 기침도 좀 사라지고,
아픈 것도 좀 낫고.
그리고 제발 네 번째는 없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