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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Aug 26. 2023

소설을 쓰고 싶다.

늦은 시간에 주저리주저리

아주 어릴 적 나의 꿈은 소설가였다. 초등학교 4학년 때로 기억하는데 장래희망을 적는 칸에 소설가,라고 적어 둔 종이를 코팅해서 학급 게시판에 게시했던 것이 기억난다. 그 후로 10년이 넘게 그 꿈을 간직했던 터라 고향집 어딘가 소중한 보석함에 보관했도기도 했다.


대학 4학년 시절, 친구와 함께 <문학 창작> 수업을 듣고 나서야 내가 소설가가 될 수 없음을 깨달았다. 문장력을 떠나서 기본적인 이야기를 구성하는 힘, 인물을 설정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교수님께 자주 들었다. 등장인물이 모두 ‘권선징악’에 빠져있다는, 매력적인 구석이 없다는 코멘트와 함께.


자연스레 글을 쓰는 게 두려워졌다. 실력이 없다고 느끼고 자꾸만 움츠러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그 꿈을 놓고 싶지 않아 부단히 희망회로를 돌렸다. 전업 작가가 되지 않더라도 글을 쓸 방법은 많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


여러 가지 상황에 떠밀려 임용고시를 준비할 때만 해도 ”방과 후에 시간 남으면 글을 쓸 수 있을 거야. “라고 생각했지만 그 또한 오산이었다. 10년 동안 학교는 꾸준히 바빠졌고 힘들어졌다. 신규 때는 열정 때문에 글을 쓰고 싶지 않았고, 연차가 차서는 결혼, 출산, 육아로.. 이제는 체력까지 부족해서 글을 쓰기가 어렵다.


에세이를 자주 쓰지만 어쩐지 내 삶을 공개해야 하는 것이 부담이 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소설을 써보고 싶다. 자전적 소설, 나의 이야기이지만 사실은 나의 이야기가 아닌 것. 그런 이야기들을 써보고 싶은데 몇 번을 시도해도 잘 되지가 않는다. 소설이란 게 뚝딱 써지는 게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자꾸만 욕심이 난다.


조금 전에 <선암여고 탐정단>을 다 읽었다. 좋아하는 추리장르에 유쾌함이 더해진 소설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극 중 인물에 공감도 하고 화도 나고 하면서 오래간만에 무척이나 기분이 좋았다. 소설이라는 게 그렇다. 읽고 나면 마음속에 울림이라는 게 생긴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변화가 몽글몽글 피어나 스스로 무언가를 하게끔 한다.


그런 글을 쓰고 싶다.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글.

그래서 마음을 움직이다 못해 훔쳐 버리는 글.


꾸준히 매일 쓰고, 틈틈이 노력하여 내 글을 공개하면 어느 순간 꿈에 그리던 작가가 될 수 있을까? 그러면 매일매일 이 악물며 잠들게 하는 직장을 그만둘 수 있을까? 사람들과 글로 소통하고 내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새로운 글을 쓰는, 그런 삶을 살 수 있을까?


작가가 되고 싶다.

11살 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난, 작가가 되고 싶은 모양이다.

하고 싶은 것 하며 사는 것도 시간이 모자라다.


작가가 되고 싶다.

그러니까, 소설을 쓰는, 써보는 작가가 되어야겠다.


누가 뭐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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