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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Jun 13. 2024

요즘 애들이 무섭다고요?

맞다. 나도 사실 요즘 애들이 무섭다. 

정말 솔직히 이야기하면,

근무지 이외에서 중학생이나 고등학생들을 만나면 굳이 쳐다보지 않는다. 예전엔 탈선(?)의 장면을 목격했을 때 지도라는 걸 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에 주춤댔다면 지금은 그냥 조금 무섭다. 우연히라도 눈이 마주치면


"왜 쳐다봐요?"

"뭔데요?" 

"어쩌라고요?"


삼단 콤보가 올 것 같아서다. 그래서 집 근처에 있는 중학교, 고등학교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는다. 휴일엔 직장 근처도 가고 싶지 않은 직장인의 마음이랄까? 그만큼 현직에 있는 나도 요새 아이들이 많이 무섭다.






올 초에 학년부장을 하게 되고 나서 2~3주 정도를 극심한 스트레스를 안고 살았다. 꿈은 매일 누군가에게 쫓기고 도망가는 악몽, 정체불명의 대상에게 소리 지르다가 울며 일어나는 꿈을 정말 많이 꿨다. 개학 전 날은 잠도 제대로 못 잤다. 



미지의 세계. 중1 아이들에 대한 안 좋은 소문(초등학교 때 어떻게 했더더라, 2011년 토끼띠 애들이 힘들다더라 따위의) 이 가득한 아이들을 카리스마 하나 없는 물러터진 내가 어떻게 지도하나. 학년 부장이 우스워 보이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 휩싸인 것.



 




그런데 그런 요즘 아이들과 어떻게 지내느냐?



결론부터 말하면 무척 잘 지내고 있다. 107명의 아이들 중에 거칠고 투박한 아이들 몇 있지만 그래도 내 앞에서는 "네. 선생님. 죄송합니다."를 연신 예의 있게 말하며 공존 중이다. 처음에 걱정했던 만큼 나를 무시하거나, 깎아내리거나, 괴롭(?) 히지 않고, 서로 정이 들어가고 있는 상태.



급기야 나는 최근 수업을 하며 아이들에게 공약을 하나 내 걸었다. (우리 학교는 남녀 공학인데 남학생 비율이 좀 더 높다.)



"선생님, 여름 방학 때 PC방에서 발로란트를 배워 올 거다. 가르쳐 줄 사람!?"



그러니까 남자애들이 눈이 초롱초롱하며 이미 수업은 뒷전이고 서로 자기도 알려주겠다면서, 저랑 같이 게임하자면서 왁자지껄 떠든다. 저들이 좋아하는 이야기, 그것도 게임 이야기가 나오니, 거기에 직접 선생님이 배운다고 하니 신난 것 같은 느낌? 티키타카가 이뤄지는 그 대화가 좋아서 진짜 여름 방학 때 괜찮은 피시방에서 집결해 사제동행 e-스포츠를 한 번 해보기로 했다.  



그냥 공수표는 아니다. 실제로 남자애들과 글쓰기를 해보면 매일같이 '발로란트' 이야기가 나오길래 (이제는 롤은 지난 듯) 한 번 배워볼까 싶긴 했다. 그러면 남자애들과 좀 더 친해지지 않을까 싶어서, 그래서 즉흥적으로 생각한 것인데 반응이 좋아 진짜 실천해 볼 생각이다. 단, PC방 비용은 각자 계산.








그렇다면! 그토록 무섭다는 요새 중학생들과 어떻게 지낼 수 있을까?

나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그 어마어마하게 사소하지만 꽤 괜찮은 팁을, 이제부터 공개하고자 한다. 



다음 회차를 기대해 주시라. 





사진: UnsplashJESHOO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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