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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Jul 25. 2024

무너져도 도전, 또 도전

굳이 장점을 꼽자면, 끈기가 있다. 포기를 잘하지 않는다. 남들이 보기에 불가능해 보인다고 할지라도 일단은 부딪히고 본다. 다른 사람들에게 싫은 소리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인데도 해야겠다 생각하는 일이 생기면 불도저처럼 밀어붙인다. 체력이 약해 다행이지, 체력마저 강했다면 일 중독에 헤어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무튼, 나란 인간은 그러하다. 한 번 마음먹은 일은 끝까지 해내려고 한다는 것. 최근에 해 보고 싶은 일이 생겼다. 바로 '수업' 관련 글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공유하며 수업 전문가로서의 길을 준비하는 것이다. 

13년 동안 담아 온 이곳을 당장 떠날 없다면 떠날 있을만한 실력을 키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봉에 투덜거리기만 것이 아니라 법의 테두리 안에서 추가 수익을 방법을 찾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게다가, 생각보다 나란 사람이 수업하고 강의하고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것도 내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니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도 1학기에 수업 공개만 두 번을 하지 않았겠나. 학교를 싫어한다고 생각했고(조직 문화 때문), 가르치는 일엔 재주가 없다고 생각했는데(내향적) 내가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는 것을, 최근에 깨달았던 것. 


그동안 한 번도 관심 갖지 않은 길이었는데 요새는 어딜 가도 "어떻게 하면 내 커리어를 좀 더 쌓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만 가득하다. 어떻게 하면 나의 가치를 높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내가 열심히 해 온 이 일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면서 인정받고 돈도 벌 수 있을까. 그런 생각들이 넘쳐흐른다.




마침 방학이 시작되었다. 예전 같으면 밀린 드라마를 보거나,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을 텐데 이번 방학은 결심이 남다르다. 매일매일 글을 쓸 예정이며 (브런치와 블로그 두 곳), 투고할 예정이고, 교육청 공문에서 찾아볼 수 있는 각종 지원단, 수업 혁신 교사단 등등 다양한 경로를 찾아보고 도전할 생각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2024년 하반기에 있을 '교사 연구년' 관련 프로그램에 지원할 수 있도록 커리어를 다듬어 갈 예정이다.


한 때는 순수한 목적으로 아이들을 대하는 것만이 진짜 교직의 의미라고 생각했다. 돈을 밝히거나, 보여주기 위해, 결과를 내기 위해 무언가를 하는 것은 전부 가식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생각이 좀 다르다. 내 실적을 위해 뭔가를 만들어내는 수업을 하는 것은 지금도 지양하지만, 내가 해 온 것들을 차곡차곡 쌓아 기록하고 공유하며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한 밑바탕을 만드는 것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학교에서 한 순간도 쉬지 않고 열심히 살아왔지만, 정작 남는 것은 하나 없는 허무한 정년을 맞이하고 싶지 않다. 주변에서 보았던 수많은 정년퇴임 하신 선배교사님들의 모습을 보며 매번 다짐한 것이 있다. 나는, 학교를 떠나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고, 내 소임 다하는 날, 박수받으며 떠나리라. 그 이후에는 뒤도 안 돌아보고 나의 남은 삶을 살리라. 


그러기 위해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야 한다. 매일매일 흘러가는 시간을 잡고 잡아 도전하고 또 도전해 봐야 한다. 실패해도 괜찮다. 지원한 분야에서 탈락을 해도 좋다. 그것을 준비하는 과정이 고되면 고될수록, 남는 것이 있다고 믿으니까. 하지만 아무것도 도전하지 않으면, 그냥 현실에 안주하기만 하면 남는 것은 없다. 다시 2학기 개학을 한 후 하루하루 학교 흉을 보며, 아이들을 탓하며, 월급이 오르지 않음에 투덜거리며 일상을 낭비할 것이 분명하다.(매년 내가 그랬다. 개학 전 날 우울해하며 나는 왜 부잣집 셋째 딸이 아닌가 하고 신세 한탄 했다.)


그러니, 나는 부딪히고 또 도전할 것이다.

출판사에 내 수업 이야기를 투고도 해 볼 것이고, 쓰다 만 소설도 이어 쓸 것이며, 멈춰 있는 연재 북도 매일매일 쓸 것이다. 그렇게 매일매일 도전하고, 또 도전하면, 분명 내게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발전할 것이다.

성장할 것이다.


어제보다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도록.



사진: UnsplashJukan Tatei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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